ING생명, 소멸시효 경과 자살보험금도 지급 '파장'

미지급 보험금 688억원으로 가장 많아…'고객 신뢰' 선택
삼성·교보생명, "대법원 판결 기다릴 것" 기존입장 불변

신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에 이어 ING생명도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소멸시효가 완성된 건까지 전액 지급하기로 결정해 생명보험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일 전망이다.

특히 ING생명은 미지급 자살보험금이 가장 많은 생보사여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간 소멸시효가 지난 미지급 자살보험금과 관련해 대형 생보사들은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겠다”며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버텨왔기 때문이다.

ING생명은 20일 “소멸시효 경과 여부와 관계없이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이와 관련한 행정소송도 취하할 계획이다. 

ING생명 관계자는 “내부에서 다각도로 검토 끝에 결정한 일”이라며 확고한 결정임을 강조했다.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지난달 10일의 대법원 판결 이후 ING생명은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건은 전액 지급했다. 약 127억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소멸시효가 경과한 건은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려보기로 했다가 입장을 바꿔 전액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ING생명 관계자는 “고객신뢰의 측면에서 회사가 책임을 다하기로 한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고객 권익을 존중하고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신한생명, 메트라이프, DGB생명, 하나생명 등도 소멸시효가 완성된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겠다고 했으나, ING생명의 결정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자살보험금에 지연이자까지 더한 총액에서 ING생명이 688억원으로 가장 많기 때문이다. 신한생명(89억원), 메트라이프(50억원) 등은 상대적으로 지급 금액이 작다. 또 DGB생명은 2억7900만원, 하나생명은 1억6700만원에 불과하다.

그간 미지급 자살보험금이 많은 대형 생보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건까지 전부 지급해야 할지 여부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려 본 후 결정하겠다”며 지급을 미뤄왔다. 관련법상 보험금 청구기간은 피보험자에게 보험사고가 일어난 날로부터 2년(현재 3년)이다.

미지급 자살보험금 지급 판결 후 국회 입법조사처와 금융감독원 등에서 “소멸시효 경과 건까지 다 지급하라”며 압박했음에도 대형 생보사들이 버틴 이유는 액수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기준 생보사의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총 2465억원(지연이자 포함)인데, 이 중 소멸시효 경과 건은 2003억원으로 그 비중이 81%나 된다. 따라서 생보사들은 소멸시효 경과 건의 면제만 얻어내도 커다란 이득이다.

일단 미지급 자살보험금이 두 번째로 많은 삼성생명(431억원)과 세 번째인 교보생명(213억원)은 여전히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소멸시효 경과 건의 지급에 대해서는 대법원에 계류된 판결을 기다릴 방침”이라며 대법원 판결 전에는 지급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도 같은 뜻을 밝혔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기다리는 것이 옳다”며 “그 이전에 함부로 지급하는 것은 오히려 배임의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ING생명이 전액 지급으로 선회하면서 미지급 자살보험금의 지급을 미루고 있는 대형 생보사들이 더욱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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