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들,감사 기업 주식 보유 등 내부통제 허술

금감원, 삼정·한영·안진 등 33개 회계법인에 108건 개선권고

기업의 감사를 맡는 회계법인의 회계사는 해당 기업의 속사정을 잘 알게 되기에 사실상의 인사이더(내부자)나 다름없는 이점을 누리게 된다.

때문에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서는 ‘(회계법인인) 감사인은 감사인의 사원이 주식 또는 출자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의 감사인이 될 수 없다’고 규율하고 있다. 회계법인 스스로도 소속 회계사들이 기업 내부 정보를 활용한 주식 거래를 하지 않도록 엄격하게 내부통제를 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회계법인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더기 개선권고를 받는 등 내부통제 절차 구축에 무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 따르면 삼정KPMG, EY한영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등 33개 회계법인은 최근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테마감리에서 총 108건의 개선권고를 받았다.

소속 회계사의 감사기업 주식거래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계법인 한 곳당 평균 3.3건의 개선권고를 받은 것이다.

삼정KPMG, 한영회계법인, 대주회계법인, 삼덕회계법인 등 14곳은 각 4건의 개선권고 사항이 적발됐다. 안경회계법인, 성도회계법인, 삼경회계법인 등 12곳은 3건씩, 도원회계법인과 예일회계법인은 2건씩, 한울회계법인과 세일회계법인은 1건씩 개선권고를 받았다.

세칭 ‘빅4 회계법인’ 중에서는 삼일회계법인만이 개선권고 사항이 적발되지 않았다.  

주된 개선권고의 내용은 △주식 취득 전 사전점검 미흡 △주식 소유 신고절차 미흡 △사후점검 미흡 △실효성 있는 조치 미흡 등이었다. 특히 ‘감사기업의 주식을 보유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명시되지 않고, 주식 소유가 적발돼도 구체적인 인사나 징계 규정조차 없는 곳이 다수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33개 회계법인에 미비사항을 1년 이내 개선하고, 이행사항을 금감원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33개 회계법인 중 11곳은 아예 외감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계법인 소속 임직원 21명이 주식을 소유한 31개 회사에 대해 감사업무를 진행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 3월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사업무 제한, 직무정지 처분 등의 징계를 받았다.

박 의원은 “회계萱括?법위반 실태와 도덕적 해이가 매우 심각하다”며 “법 위반을 단속하지 못한 금융당국 역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곧 금융당국의 단속책임을 강화하고 회계감사 시 회계법인 임직원이 보유한 주식현황 신고를 의무화하는 외감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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