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채권단, 조건부 7천억 출자전환안 의결

해외선주 고통분담 우회 압박…용선료 협상 측면 지원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24일 채권단 협의회에서 7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포함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통과시켰다.

현대상선이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채권단은 예정대로 조건부 출자전환을 의결했다. 출자전환 규모는 무담보 일반채권 60%, 회사채 신속인수제로 보유한 채권 50% 등 약 7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산업·하나·우리·국민·농협·신한·경남은행과 신용보증기금, 회사채안정화펀드 등 9개 채권 금융기관 중에 지분율 기준으로 75% 이상이 서면으로 동의 의견을 보냈다.

이번 경영정상화 방안은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들의 출자전환 동참이 이뤄졌을 때 실행되는 ‘조건부 지원안''이다.

채권단이 출자전환 안건을 예정대로 의결했다는 것은 아직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유의미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용선료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채권단이 먼저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선주들의 고통 분담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형식이다. 현대상선은 이달 말을 잠정적인 목표로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개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조건부 출자전환 안건이 가결됐는데도 용선료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된다면 은행권 채무 재조정을 골자로 한 조건부 자율협약이 파기되고, 현대상선은 법원 주도의 회생절차(법정관리) 돌입이 불가피해진다.

용선료 인하가 결정돼야 현대상선은 이달 31일로 예정된 사채권자집회에서 채무를 재조정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산업은행은 “이번 경영정상화방안은 용선주·사채권자·선박금융 채권자의 동참과 해운동맹 가입을 조건으로 하는 것”이라며 “이해관계자의 채무조정이 신속하게 뒷받침돼야만 회사의 경영정상화도 성공할 수 있으므로 모두의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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