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사 어렵게 만났지만…의견대립으로 앞길 험난

노사 대표 4인씩으로 대표교섭단 구성 합의
기업은행도 이사회 열어 취업규칙 변경 결의

‘제1차 2016년 산별중앙교섭’에 참석한 금융노사 대표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제공)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2016년 단체협약 및 임금협상을 위한 첫 교섭을 가졌으나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금융노사는 23일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제1차 2016년 산별중앙교섭’을 가졌다. 지난달 7일 처음 단체교섭을 제안한 이후 네 차례의 교섭 결렬 끝에 겨우 첫 상견례 자리를 가진 것이다.

앞서 지난 16일 중앙노동위원회는 금융노조가 신청한 조정에 대해 “노사간 성실한 교섭을 진행하라”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권고했다. 당초 금융노조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7개 금융공기업도 산별중앙교섭에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중노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첫 교섭에 나선 것이다.

이날 교섭장에는 하영구 사용자협의회장과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을 비롯해 27개 기관 노사 대표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중노위가 노사에 성실교섭을 권고해 산별공동교섭에 임했으나 또 다시 7개 금융공기업 대표들이 불참했다”며 “이는 중노위의 권고마저 무시하는 무책임한 작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공기업들이 헌법에 보장된 노사 자율교섭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금융노조는 산별중앙교섭에 앞서 ‘제1차 금융공기업 산별공동교섭’을 개최했지만, 사측의 불참으로 결렬됐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금융공사 등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7개 금융공기업 사용자 대표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금융공기업 사측의 불참은 결국 공동교섭으로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논의할 의사가 徨?없으며, 각 공기업이 개별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7개 금융공기업 중 산은, 캠코, 주금공, 기보 등 5개 기관은 이사회에서 성과주의를 확대하기로 의결했다.

또 기업은행도 이날 직원 동의서를 받는 한편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김 위원장은 또 “‘박근혜 정부’ 하에서 핀테크, 기술금융, 안심대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정부의 관치금융이 판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금융노동자들은 과도한 목표와 실적압박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하 회장은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성과주의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하 회장은 "지난 10년간 은행권 수익률이 4분의 1로 감소하는 동안 인건비는 5.8% 증가하는 등 은행 산업의 저수익 및 고비용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업계와 비교해서도 금융권의 연봉이 높은 수준”이라며 “성과에 따른 평가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상황을 고려해 사측에서 성과연봉제를 주요 논의사항으로 제출했다”며 “자칫 노사간에 첨예하게 대립할 수도 있는 사안이지만 대화로 풀어나가자”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은행 등 금융권 업무의 특성상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성과주의가 쉬운 해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측은 지난 1월 고용노동부가 업무능력이 현저히 낮거나 근무 성적이 부진한 경우 해고할 수 있다는 ‘일반해고 지침’을 발표한 탓에 노동자들의 불안감이 한껏 높아진 부분을 지적했다.

이날 교섭을 통해 노사는 김 위원장과 하 회장을 비롯해 외환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 경남은행 노사 대표 등 노사 각 4인으로 대표교섭위원단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또 차기 교섭을 다음달 2일 오후 4시에 열기로 했다.

금융노조는 별도로 이날 산별공동교섭에 불참한 7개 금융공기업 대표들에게 오는 26일 2차 교섭을 열 것을 요청했다.

금융노사 간 어려운 첫만남이 성사됐으나,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험난하기만 하다. 특히 성과연봉제를 두고는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이미 총파업까지 결정한 노측과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는 사측 간에 교섭이 원만하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최종결렬 후 노측이 투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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