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기업대출 ‘NO’·中企대출 ‘YES’

잇따른 대기업 부실에 몸 사려…하나은행, 전년대비 22.7% 감소
중소기업·소호 대출 큰 폭 증가…부실 염려 적고 수익성도 높아

STX조선해양, SPP조선,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대기업 부실이 연달아 터지면서 은행들이 대기업대출을 꺼리고 오히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중소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은행의 대기업대출은 감소하거나 소폭 증가에 그친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가운데 두 곳의 대기업대출 잔액이 1년 전보다 줄었다.

특히 KEB하나은행은 1분기말 대기업대출 잔액이 18조8000억원에 불과해 전년동기의 24조3000억원보다 22.7%나 급감했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21조7000억원에서 21조3000억원으로 1.9% 줄었다.

다른 두 곳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늘었지만, 증가폭이 크지 않았다. KB국민은행(17조원)은 0.6%, 우리은행(43조8000억원)은 2.2% 증가했다.

반면 중기대출은 큰 폭의 증가세를 시현했다. 신한은행의 올해 1분기말 중기대출 잔액은 68조2000억원으로 전년동기(60조2000억원) 대비 12%나 급증했다.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한 두 자릿수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70조6000억원에서 77조원으로, 하나은행은 58조3000억원에서 63조4000억원으로 각각 9.1% 및 8.8%씩 늘었다.

우리은행(70조2000억원)은 중기대출 잔액 증가율이 3.7%에 그쳐 제일 낮았다.

중기대출 가운데 소호대출(자영업자대출)의 증가세도 특기할 만 하다.

하나은행은 1분기말 소호대출 잔액 29조3000억원을 기록, 전년동기의 23조8000억원보다 23.2%나 급증했다.

국민은행(14%)과 신한은행(11.2%)도 소호대출에서 두 자릿수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처럼 은행들의 대기업대출이 부진하고, 대신 중기대출이 뜨는 것은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대기업 부실 쇼크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조선업과 해운업 부실이 잇따라 터진 데 이어 건설업, 철강업, 석유화학 등도 심상치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본래 대기업대출은 중소기업대출보다 수익성이 낮은 대신 안정성이 높다는 것이 메리트”라면서 “그러나 이처럼 대기업대출이 위험해진다면 더 이상 대기업에 돈을 빌려줄 까닭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조선업과 해운업의 부실로 고난을 겪은 NH농협은행 역시 앞으로는 중기대출에 주력할 뜻을 밝혔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대기업대출 비중을 줄이고, 중기대출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소호대출은 요 몇 년 새 떠오르는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나은행 고위관계자는 “소호대출은 수익성이 좋은 데다 대부분 담보대출이라 안정성도 그리 나쁘지 않다”며 “앞으로도 소호대출에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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