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50달러 코앞인 국제유가…국내경제에 득될까?

저유가로 인한 수요부진 해소로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 줄어
기름값 등 물가 상승하나 연간 목표치를 크게 넘지는 않을 듯

사진=세계일보 DB
연초 만해도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슬금슬금 오르더니 어느덧 50달러를 코앞에 두고 있다.
 
3일 연속 강세장을 지속하던 국제유가가 18일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소폭 하락 반전했지만 올 들어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유가 상승이 언제 어느 선까지 지속될지 관심사다. 

국제유가의 동향은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뿐아니라 국내 경제에도 물가와 중동지역 수출 등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미국의 6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영향을 받아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6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12센트(0.3%) 떨어진 배럴당 48.19달러에 마감했다.

하지만 전일 WTI 6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 대비 59센트(1.2%)나 오른 배럴당 48.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0월9일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게다가 50달러대 회복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보다 47센트(1.0%) 낮은 배럴당 48.81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하루 전만해도 31센트(0.63%) 높은 배럴당 49.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원유 비축량 감소 소식이 투자심리를 자극하면서 3거래일 연속 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대부분의 위원이 6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열어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되자 약세로 돌아섰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와 UBS 등 해외 투자은행은 여전히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유가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BAM은 3분기에는 수요가 약하다는 이유로 9월 말 WTI의 가격을 39달러로 전망했고, UBS는 장기적인 가격 전망은 상승할 것으로 보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약세장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얼마전 원유 가격이 오를 것임을 시사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던 골드만삭스가 완전히 방향을 틀었다. 골드만삭스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공급부족이 올 수 있다”면서 “강한 수요와 생산량 급감으로 5월에도 공급부족이 빚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무디스(Moody’s)는 “아시아 신흥국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한국과 대만 같이 에너지 수입 비중이 큰 나라는 저유가와 대외 수요 부진 등에 따른 성장률 하락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근래 유가강세가 성장 둔화폭을 완화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자료=네이버금융
◇ 들썩이는 석유제품 가격…1%대 저물가시대 끝내나

원유 가격 강세에 힘입어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 3월 리터당 1350원이던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ℓ당)은 지난달에는 1362원으로 올랐다. 이달 들어서도 첫째 주 1367원, 둘째 주 1376원으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전망에 있어 중요한 자료인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5월 단기 에너지 전망보고서를 보면 원유 공급 감소보다 소비지출 증가를 전망해 연간 유가 전망치를 상향조정했다”며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도 95% 신뢰수준으로 유가를 배럴당 35달러에서 62달러로 제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유가의 속락 우려가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 원유의 재고 감소, 에너지 주요기관들의 세계 원유 수요 전망치 상향 조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상승은 생산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소비자물가 상승을 견인하게 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경제 성장 저하와 낮은 유가가 아시아 신흥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물가에 미친 영향은 각각 -1%포인트, –1.7%포인트로 추정된다.

향후 국제유가의 방향성을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올 한해 현재 유가가 유지될 경우 아시아 신흥국의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각각 -0.5%포인트, -0.75%포인트로 전년보다 축소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저유가는 원유 수입국이 대부분인 아시아 신흥국 경제에 기업의 생산단가 하락, 가계지출 감소라는 긍정적 효과를 불러오지만, 저유가로 인한 투자 감소와 이에 따른 해외 수요 부진의 부정적 효과가 저유가의 긍정적인 측면을 상회한다”고 진단했다. 이 기관은 “올해 국제유가 반등과 함께 세계수요 부진 여파가 작년보다 완화되면, 한국경제 성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에서 재인용. 자료=국제금융센터
◇ 유가 반등…“한은의 물가전망치 1.2% 넘어설 듯”

향후 소비자물가는 유가 반등,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이 반영되면서 상승압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올해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의 전망치인 1.2%에 부합하거나, 소폭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올 1월(9.0%)과 3월(9.5%)에 이어 5월에도 도시가스 요금이 재인하(5.6%)되면서 상반기 물가상승 압력이 둔화될 소지가 있다. 하반기 이후 물가는 유가 및 원·달러 환율 상승, 내수회복 등으로 완만한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 씨티은행 등은 “배럴당 브렌트유 가격을 3분기 46달러, 4분기 52달러로 각각 추정할 때 뮐╂?×?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수입물가를 통해 한국의 소비자물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JP 모건(Morgan)은 “원화가치가 현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유가 상승 등으로 3분기 말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연초까지의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앞으로 수개월간 물가 하방압력이 지속될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