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승자박(自繩自縛)…일본 마이너스 금리와 엔고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이주하PB
금리란 돈의 가격이다. 즉 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금을 빌려주는 사람에게 빌려준 대가로 지급하는 이자금액을 말한다. 헌데 이런 금리가 마이너스라니 선뜻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이 맡긴 지급준비금 등에 이자를 주지 않고 외려 수수료를 받는 것을 말한다. 마이너스 금리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기 보다는 대출확대를 통해 투자,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시행한다. (여기서 개인과 기업이 예치하는 돈에 대해서는 예외로 한다.)

2016년 2월, 일본에서 사상 최초의 마이너스 금리제도가 시행에 들어갔다.

일본은 2013년 아베 신조 일본총리의 경제회복정책인 아베노믹스를 통해 금융완화, 재정지출확대, 성장전략의 세가지 화살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정책 실시 이후 일본경제는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이라는 디플레이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책 초기 실현하겠다고 한 물가상승률 2%의 약속은 달성이 요원해진 상태다.

지난 3년간 일본은 220조엔(약 2250조원)의 돈을 풀었고 25조엔(263조) 이상의 국가재정을 추경 등을 통해 투입했다. 그럼에도 시장참여자들은 더 강한 ‘한 방’을 기대하게 되었고 결국 마이너스 금리라는 사상초유의 제도 도입에 들어선 것이다.

통상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면 다른 나라에 비해 금리가 낮아 대외자금이 유입되지 않거나 이탈하는 경향이 있고, 자금이 이탈하면 자국의 통화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번 마이너스 금리 시행 이후 엔화는 되레 강세를 띄고 있다. 엔화 가치는 작년 6월 125엔대에서 4월 3일기준 111엔대 까지 상승했다. 엔화가치 상승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를 우려해 닛케이 지수는 지난해 6월 고점대비 24% 하락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되찾고자 시행된 세가지 화살이 외려 일본경제를 옭아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엔화는 강세 일로를 달리는 것일까?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한 시점에 유가하락과 중국경제 둔화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 됨에 따라 저금리로 일본을 떠났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으로 되돌아오면서 엔화의 수요가 늘어났다. 그리고 뒤이어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조심스러운 금리인상’ 발언으로 강세일로를 달리던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달러대비 엔화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베노믹스의 금융완화 정책이 마이너스 금리시행을 끝으로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주게 되었고 일본의 만성화된 재정적자로 재정정책 또한 더 이상 쓸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불안함이 일본경제에 대한 우려를 낳아 안전자산인 엔화의 강세를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세계 3개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스탠다드 앤 푸어스는 “현 시점에서 일본은행이 그 어떤 부양책을 내놓더라도 일본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효과를 안겨줄 것”이라고 한 점도 눈 여겨 볼만하다.

앞으로 엔화가치는 미국금리 인상과 일본은행의 추가정책 강도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각국 정책의 방향과 시기를 정확히 알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엔화에 대한 수요가 있는 투자자라면 무작정 저점을 기다리기 보다는 엔화가치가 하락할 때마다 조금씩 분할로 매수하여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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