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년 불법사금융 피해 해결하려면

권은영 한국이지론 홍보팀 과장

권은영 한국이지론 홍보팀 과장
"적금 깨면 신용등급 떨어져?"

친한 친구와 저녁에 동네에서 만나 맥주 한잔을 하다가 받은 질문이다. 졸업 후 3년간 수험생활을 보낸 끝에 인턴으로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였다. 그는 자신이 경제나 금융에 대해 잘 몰라 앞으로 돈을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 소득도 적은데 앞으로 큰돈이 필요하게 되면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필자 역시 뾰족한 대안이 없어 친구에게 "적금을 들었다가 깬다고 해서 신용등급이 떨어지지는 않으니 일단 적금을 좀 들어라"고 잔소리를 하곤 급하게 맥주를 들이켰다.

이 짧은 사례가 보여주듯 취업난에 시달리고 취업 후 소득이 생겨도 제대로 된 금융정보를 얻을 곳조차 없는 게 우리나라 청년들의 현주소다. 최근 공개된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의 ''금융 이해력 조사''를 보면 20~60대 금융소비자 중 20대의 금융 이해력 점수가 100점 만점에 평균 33.0점으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이나 상담은 거의 전무하고,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에서조차 금융에 무관심한 결과다.

특히 청년들의 금융지식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분야가 바로 대출이다. 고금리 대출과 대출사기 등 불법사금융이 청년들을 표적으로 삼으면서 ''저소득-금융소외-저신용''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청년들을 밀어 넣고 있다. 취업을 빙자한 금융사기는 물론 청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페이스북이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는 ''직업이 없어도 3~8%로 무조건 승인해준다''는 등의 대출과 관련된 부정확한 정보들이 넘쳐난다. 실제로 공적 맞춤대출 중개회사인 한국이지론에 상담을 요청하는 고객 중에서도 자기 신용등급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고금리 대출을 이용했다가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20·30 청년들이 많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려면 청년들의 배움터인 학교에서부터 신용관리의 중요성과 대출사기 및 불법사금융의 위험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특히 대학교 교과과정에 금융과목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유관기관과 민간 등에서는 대출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자신의 신용도와 소득을 고려해 신중하게 대출을 선택해야 함을 주지시키고, ‘대학생-청년 햇살론’ 등과 같은 정부지원 대출상품을 지속적으로 홍보해나가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교과과정에 맞는 단계별 금융 교육과 상담 기회를 제공해 청소년기부터 올바른 금융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현재 초중고교 교과과정을 통틀어 10시간도 채 되지 않는 금융교육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

''실신(실업자+신용불량자)시대'' ''금융문맹'' 등 현재 우리나라 청년들을 둘러싼 키워드들은 암울하기만 하다. 이 그림자를 걷어내려면 학교가 올바른 금융 교육의 산실이 돼야 하고, 금융 유관기관들도 금융 사각지대에서 배회하는 청년들이 없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청년들이 더 이상 좌절하지 않고 금융에서 미래의 희망을 그릴 수 있는 열쇠를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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