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안전자산 선호'…금 채권 달러에 돈 몰린다

위험자산 회피 뚜렷... 주요국 증시는 연일 급락

 

지난 11일(현지시간) 국제 금값은 온스당 1247.8달러로 거래를 마쳐 전일보다 53.2달러(4.5%)나 급등했다. 연합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불안에 주식 등 위험자산을 회피하고, 금·채권·달러 등 안전자산 쪽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을 제외한 유럽 일본 홍콩 등 주요 증시에서 주가가 연일 폭락하는 반면 국제금값과 주요국 채권값은 오르고 상대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화 엔화 등은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안전자산 가치 급등

지난 11일(현지시간) 국제 금값은 온스당 1247.8달러로 거래를 마쳐 전일보다 53.2달러(4.5%)나 급등했다.

지난해말 대비로는 185.28달러(17.5%) 급등한 수치로 지난해 2월5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채권도 몸값이 오르고 있다.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642%를 기록, 지난 2013년 5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장중 한때 1.53%까지 밀렸는데, 이는 장중 기준으로 2012년 8월 이후 최저치다. 채권 금리가 낮아지는 것은 채권값이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32%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05%포인트 하락한 0.197%를 나타냈다. 

우리나라의 국고채 금리는 12일 조금 오르면서 숨고르기를 했지만, 여전히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1%대(1.918%)에 머무르는 등 초저금리 상태다.

국고채 3년물 금리 역시 한국은행 기준금리(1.5%)보다 낮은 1.475%에 불과해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또 3년 만기 국고채 선물은 전일 대비 10틱 떨어진 110.27을, 10년 만기 국채선물은 30틱 내린 129.20을 각각 기록했다.

신뢰도가 높은 선진국 통화?달러화와 엔화 가치도 일제히 올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달러당 1211.7원으로 전일보다 9.2원 올랐다. 이틀 연속 급등세를 시현한 것이다.

엔화 역시 지난 11일 런던 외환시장에서 일시적이나마 달러당 110엔 후반대를 기록하면서 10일간 상승 폭이 10엔을 넘겼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8년 10월 이래 처음이다.

◆“불안한 건 싫다”…증시 떠나는 돈

반면 글로벌 증시는 매우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 9일과 10일 크게 떨어졌던 일본 니케이지수는 12일에도 760.78포인트(4.84%)나 급락한 1만4952.61을 기록, 1만5000선이 붕괴됐다.  

미국 CNBC 방송은 “일본은행(BOJ)이 돌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것도 투자자의 불안감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이날 홍콩의 항셍지수는 전날보다 1.22% 떨어진 1만8319.58로 장을 마감했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도 1.94% 내린 7505.37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도 개인과 외국인의 집중적 매도세에 전일 대비 26.26포인트(1.41%) 떨어진 1835.28을 나타냈다. 이틀만에 80포인트 이상 빠지면서 단숨에 1840선까지 무너진 것이다.

이는 중국 경기 둔화에 이어 미국까지 불황 위기감에 휩싸이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으로 여겨진다.

지난 11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이 미국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할 수 있다”고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해 12월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결정과 정반대되는 입장을 밝힌 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댄 시쉘 웰즐리 컬리지 교수는 "미국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불황의 장기화를 우려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강중모 기자 vrdw8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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