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요동]증시, 연휴기간 악재에 2.9% 급락…향후 전망도 암울

11일 코스피 지수가 북한 리스크와 일본 등 해외 증시 급락 등의 악재가 반영돼 56.25포인트 폭락 1861.54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설 연휴 휴식을 끝낸 국내 증시가 문을 열자마자 3%에 가까이 급락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이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중단 결정 외에 세계 경제의 둔화와 일본 증시 폭락 등 대내외  악재가 한꺼번에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이런 국내외 사정이 연휴기간 중 일어난 것이어서 이날 증시 폭락은 상당부분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향후 전망인데, 국제유가 하락세 지속과 일본-유럽 증시의 급락으로 인해 국내 증시에서도 하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과 개성공단 가동중단 등 남북관계 경색에 따른 영향은 이미 수차례 경험한 이슈여서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코스피 1860선 추락…코스닥 4.93% 급락

11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6.25(2.93%) 하락한 1861.54로 마감했다. 이날 증시는 2.35% 내린 1872.68로 출발한뒤 하락폭을 키우다 장중 한 때 1860선을 하회하기도 했다.

외국인이 1745억원 어치를 순매도 했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428억원, 69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증권(-5.58%) 업종이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고, 의약품(-4.78%) 서비스업(-3.88%) 건설업(-3.77%) 업종도 하락폭이 컸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92% 내린 113만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33.62(4.93%) 하락한 647.69로 마감했다. 낙폭 기준으로 2011년 9월26일(36.96포인트) 이후 4년4개월여 만에 최대치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151억, 1349억원 순매도했으며 개인이 2444억원 순매수로 대응했다.

시총상위주들도 적게는 3% 많게는 15%가 넘는 하락을 나타냈다. 이오테크닉스가 15.98% 하락했으며, 바이로메드(-8.76%), 코미팜(-8.24), CJ E&M(-8.24%)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 글로벌 약세장 진입 "1800선 붕괴도 염두에 둬야"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진 증시의 동반하락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1800선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코스피 1800선이 안전한 선이라고 얘기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단 리스크를 피해가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 과잉 우려로 국제유가가 폭락했고 유럽권 은행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며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도 국내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도이체방크 이슈, 일본엔화 강세에 따른 일본 증시의 급락, 고질적인 유가하락 등은 여전히 해외시장에서도 진행중인 이슈"라며 "오늘 이러한 이슈들의 반영이 끝났다고 얘기하기에는 추가적인 대책이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하방 압력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1800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지지선을 설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시장의 우려를 모두 반영할 경우 지지선을 설정하기가 어렵다"라며 "코스피 1850선 이하를 단기 매수(trading buy) 지수대로 보기는 하지만 이는 변동성 수준이 낮아지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지지선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가, 유럽 은행 리스크, 대북 변수, 실적 등 변동성 요인이 워낙 많기 때문에 어느 한 계기를 통해 대반전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일본 증시

국내 증시가 휴장한 지난 10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심리적 지지선이던 1만6000선을 내줬다. 지난달 29일 일본 중앙은행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를 전격 도입하는 등 증시 부양에 힘썼지만 일본 증시는 지난 8거래일 동안 단 이틀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특히 수익성 악화 우려로 금융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하면서 증시 폭락을 부추겼다.

백경윤 SK증권 연구원은 “엔화 강세는 일본 증시 하락을 이끌고 있는 주요인”이라면서 “일본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엔화 강세 현상을 만들고 있어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화 가치 상승은 국내 기업들에게 호재가 될 수도 있지만 일본 등 주변국의 증시 급락은 국내 증시에 심리적인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일본 경기의 회복세가 약화되고 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한국은행 도쿄사무소는 이날 일본 경제·금융 상황 평가 보고서에서 "최근 일본경제는 수요 관련 지표 대부분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회복세가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일본의 민간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1% 줄어드는 등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고, 건설투자에서 민간주택 증가율은 작년 11월 1.7%에서 12월 마이너스(-1.3%) 로 떨어졌다.

수출 물량은 통관기준 감소폭이 작년 11월 -3.1%를 기록한 데 이어 12월에는 -4.4%로 확대됐다.

 한 증시 전문가는 "일본 증시가 건국기념일로 휴장하는 데 이어 중국 증시 역시 춘절 연휴로 오는 12일까지 쉬기 때문에 오는 15일 이후 국내 증시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글로벌 정책 공조 기대감... "추가 급락 가능성 낮다" 

 세계 경제 위축에 따른 각국의 정책 공조 움직임과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등을 감안할 때 1850선에서 지지선이 형성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설 연휴 기간에 누적된 글로벌 악재로 코스피가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겠지만 1850선에서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밸류에이션(평가가치)상 중요 지지권인 1850선 이탈 가능성은 낮다”며 “글로벌 경기침체와 유럽발 금융 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고, 한국 증시에는 환율 효과라는 차별화 포인트가 유효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가 급락한 부분에 대해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코스피와 코스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부분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라고 "여전히 높은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장점(메리트)을 고려했을 때 지수 급락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송광섭 기자 songbird8033@segye.com

강중모 기자 vrdw8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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