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동국제강의 미래…'표면처리 전문기업'"

日도 실패한 UV강판, 세계최초 개발…칼라강판 '세계 1위'

브라질 CSP제철소 사업, 정상 진행…화입은 올 2분기 내

본지가 21일 동국제강 부산공장에 위치한 중앙기술연구소에서 만난 냉연부문 소재연구팀장인 최익석 책임연구원(사진 오른쪽)과 칼라연구팀장 이원영 책임연구원(왼쪽). 박일경 기자
동국제강이 회사의 미래를 ‘표면처리 전문기업’으로 설정하고, 십수년간 꾸준한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를 진행해오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7억톤이 넘는 과잉공급에 이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부족마저 겹치며 철강산업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장기 불황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산업 전반에 닥친 위기의 돌파구로 일찌감치 철강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하고 있다.

동국제강 중앙기술연구소는 21일 부산공장을 찾은 본지와의 신년 인터뷰를 통해 “2000년대 초반 회사의 방향을 ‘표면처리 전문화 회사’로 정하고, 이에 맞는 투자 및 방향성을 진행시켜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익석 동국제강 중앙기술연구소 소재연구팀 팀장은 “냉연도금부문의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우 기존 제품보다 물성을 향상시킨 고내식 도금강판을 집중 개발할 계획”이라며 “기존 도금 성분계에 내식성 향상을 위한 원소를 첨가해 종전 제품에 비해 월등한 내식성을 가지는 제품을 만들어, 현재 상용화 초기 단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 소재연구팀장은 이어 “고강도 제품을 개발해 경쟁업체와의 차별성을 확보하고 안전 인프라용 소재 개발로 국민의 안전한 생활 확보 및 재난안전에 대응하고자 한다”면서 차세대 철강제품에 대한 개발구상도 공개했다.

자리를 함께한 이원영 동국제강 중앙기술연구소 칼라연구팀 팀장은 “칼라강판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신제품을 당사에서 많이 내고 있다”며 “절대 글로벌적으로 뒤떨어지지 않으며 ‘세계 넘버 1’이라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칼라강판만큼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해나가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칼라연구팀장은 “UV(Ultraviolet Ray, 자외선) 강판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제품으로 일본에서도 실패한 제품을 당사가 성공해 판매하고 있으며, 새로운 제품으로 신규 프린트기술과 임프린팅(Imprinting) 기술 등을 접목한 제품을 개발 또는 상업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UV 강판’은 칼라강판 표면에 페인트를 바를 때 철판과 도포제의 흡착을 위해 고온의 열을 가하는 방식 대신에 자외선 빛을 쏘여 칼라강판에 색을 입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칼라강판 표면이 마치 거울처럼 매끄럽게 비쳐진다. 대표적인 상품이 가전용 칼라강판 브랜드인 ‘앱스틸’(APPSTEEL) 유니글래스(UNI-Glass)이다.

‘임프린팅’ 기술은 철판 자체에 압력을 가해 올록볼록한 엠보싱(Emboss)을 주는 강판 제조기술과 달리, 칼라강판 표면에 도포제를 입힐 때 도포제를 눌러 바름으로써 칼라강판 표면만을 알록달록하게 보이는 표면처리 기술이다.

현재 동국제강은 칼라강판 분야에서 생산량(現 65만톤 → 올해 하반기까지 75만톤으로, 10만톤 추가 확장)은 물론 기술력과 보유특허, 공정기술, 제품 포트폴리오, 품질관리, 마케팅·영업력 등 칼라강판 관련 전(全) 부분에서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 칼라연구팀장은 “한국의 철강업이 난관을 돌파하는 길은 끝없는 기술 개발”이라며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여 나가는 것이 정답이고, 또 하나는 호황기에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는 일, 끝없는 변신만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동국제강 부산공장에 위치한 중앙기술연구소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임병문 상무의 책임 아래, 연구소 내 총 5개의 연구팀이 있다. 이중 냉연부문은 소재연구팀과 칼라연구팀으로 구성돼있다. 소재연구팀장에는 최익석 책임연구원, 칼라연구팀장으로는 이원영 책임연구원이 각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본지는 동국제강의 도금 및 칼라강판 등 고부가강 혁신을 이끄는 냉연부문 책임개발자 두 사람을 모두 만나, 철강업종의 전망에 관한 솔직한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국내 철강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한국 철강업황이 악화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판단하고 계시는지요. 또 앞으로 글로벌 및 국내 철강업황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시는지, 호전된다면 그 시기가 언제쯤이면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하시는지요.

▲최익석 소재연구팀장 : 한국 철강업황의 악화는 세계적 관점에서는 글로벌 경제상황의 악화, 즉 관련 산업 및 수요 산업의 악화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가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되며 수요, 공급의 측면에서는 세계 철강업체의 설비 증설로(특히 중국) 인한 공급의 급증이 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국내의 상황도 세계 상황과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합니다.

현재의 불황은 일본의 장기불황과 유사한 패턴이라서 금방 회복의 사이클을 타기 힘들 것 같고, 수요 공급 차원에서 자본력이나 기술력 등 경쟁력이 약한 업체가 정리되면 어느 정도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가 맞춰져 최악의 시점은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원영 칼라연구팀장 : 철강경기의 어려움은 근본적으로 공급과잉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과도한 철강생산이 전 세계에 여차를 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선진국이 그렇듯이 철강 제조업이 ‘유럽→미국→일본→한국→중국’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원가 경쟁력이 있는 쪽으로 산업의 중심이 흐르고 있는 것이지요.

한국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한국은 쇠퇴기를 걸어갈 것이라 생각됩니다. 철강 업황이 호황을 맞는다 하더라도 어려움은 반복될 것입니다.

- 한국 철강산업의 돌파구가 어디에 있다고 분석하고 계시나요.

▲최 소재연구팀장 :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기술부문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한국 철강산업의 돌파구는 신제품 개발, 품질 혁신 등 다른 사람이나 기업이 쉽게 할 수 없는 독보적인 기술력 확보가 어려움 극복의 첩경이지 않을까 합니다.

기술 경쟁력이 없이는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물밀듯 몰려오는 중국산 제품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더불어 이러한 신기술을 개발하는 주체인 사람에 대한 투자, 신뢰, 믿음 등이 바탕이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칼라연구팀장 : 한국의 철강업이 난관을 돌파하는 길은 끝없는 기술 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나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호황기가 왔을 때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는 일, 끝없는 변신만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동국제강 중앙기술연구소 소재연구팀장 최익석 책임연구원(사진 오른쪽)과 칼라연구팀장 이원영 책임연구원(왼쪽). 박일경 기자
- 동국제강의 고부가강 사업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십시오. 또 관련 기술개발을 위한 사업 진척이 어디까지 와 있나요.

▲최 소재연구팀장 :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일반 제품의 경우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는 중국산 제품에 대응하기는 어렵습니다.

당사는 2000년대 초반 회사의 방향을 ‘표면처리 전문화 기업’으로 정하고, 그에 맞는 투자 및 방향성을 진행시켜오고 있습니다.

냉연도금부문의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우 기존 제품보다 물성을 향상시킨 고내식 도금강판을 집중 개발할 계획입니다. 기존 도금 성분계에 내식성 향상을 위한 원소를 첨가해 기존 제품 대비 월등한 내식성을 가지는 제품입니다. 현재 상용화 초기 단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울러 고강도 제품을 개발해 경쟁업체와의 차별성을 확보하고 안전 인프라용 소재 개발로 국민의 안전한 생활 확보 및 재난안전에 대응하고자 합니다.

▲이 칼라연구팀장 : 칼라강판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신제품을 당사에서 많이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글로벌적으로 뒤떨어지지 않으며 ‘세계 넘버 1’이라 자부합니다. 그 덕에 칼라강판만큼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UV 강판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제품으로 일본에서도 실패한 제품을 당사가 성공 판매하고 있고, 새로운 제품으로 신규 프린트기술, 임프린팅 기술 등을 접목한 제품을 개발 또는 상업화하고 있습니다.

- 장기불황에 빠진 철강업계의 돌파구로, 현재 동국제강이 추?중인 컬러강판 등 고부가강 개발계획과 프리미엄 철강브랜드인 ‘럭스틸(LUXTEEL)’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십시오.

▲최 소재연구팀장 : 철강업종은 기존에는 전형적인 굴뚝산업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고 생산제품도 최종 소비재가 아닌 중간재이기 때문에 마케팅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당사에서는 철강업종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많이 확보하고 있습니다. 한국 최초의 냉연제품, 도금제품, 칼라제품 생산, 최초의 전자상거래 실시, 최초 UV 강판 생산 등 철강업계에서는 수많은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철강 제품에 브랜드를 적용한 사례도 아마 한국에서는 최초가 아닐까 합니다.

브랜드 부여는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고객에게는 신뢰를 주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타 업종의 사례를 들자면 도요타 자동차의 ‘렉서스’가 그 예가 아닐까 합니다.

타사가 일반 칼라제품을 판매할 때 당사는 ‘럭스틸’이라는 브랜드명을 판매합니다. 타사는 그냥 일반제품을 판매하지만, 우리는 브랜드명을 통해 고객에게 가치와 믿음과 신뢰를 전달합니다.

럭스틸(LUXEEL)은 LUXURY + STEEL의 합성어이며 당사에서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건재용 칼라제품입니다. 더불어 앱스틸(APPSTEEL)의 경우 APPLIANCE + STEEL의 합성어로 당사에서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가전용 칼라제품입니다.

▲이 칼라연구팀장 : 럭스틸 제품은 건재 칼라강판의 고급 프리미엄 강판으로 저급 일반적으로 누구나 다 만들어내는 제품을 벗어나 럭스틸이란 고급화된 브랜드를 통해 건축자재의 고급화로 시장을 확대하려는 것입니다.

- 동국제강의 고부가가치화 노력이 동국제강 매출 및 영업이익에 대한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습니다. 이 같은 고부가가치화에 대한 집념이 동국제강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져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시기를 언제쯤으로 예상하고 계시는지요.

▲최 소재연구팀장 : 2015년 냉연부문 연구소에서 개발한 제품의 상업화 판매 연계량이 6만6000톤 수준입니다. 올해 2016년도 개발 제품도 3만톤 이상 연계시키기 위해 연구소뿐만 아니라 영업, 생산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칼라연구팀장 : 신제품이라는 것이 그해 당장 나타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물론 당장 나타나기도 합니다. 2014년도에 사출 베젤을 에지내식성이 탁월한 PCM으로 개발, 전환해 단일 품목으로 약 3만톤 정도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2015년도 신제품 판매 기여도는 약 6만톤 정도이며, 여기에는 여러 가지 기술과 신제품·신기술이 도입된 제품입니다.

- 10여년 만에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된 동국제강의 숙원사업인 ‘브라질 CSP제철소’가 준공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브라질 CSP제철소(한국 해외건설 사상 최고 수주액 기록 : 총사업비 54억6000만달러)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이 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또한 당초 지난해 연말 진행하려던 브라질 CSP제철소 화입(火入)이 올해 상반기로 연기됐습니다. 화입식이 언제 이뤄질지 구체적인 시기를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화입 이후 시험가동에 들어가면 본격적인 양산체제는 언제 가동이 가능한지 알고 싶습니다.

▲ 브라질 CSP제철소 사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CSP제철소 화입(火入)은 올해 2분기 내에 이뤄질 것입니다.

동국제강과 포스코, 발레(Vale) 합작사인 CSP는 당초 2015년 12월말 시운전할 예정이었지만, 주변 인프라 구축을 약속한 현지 정부 지원과 행정절차의 지연으로 인해 지난해 11월 가동시점을 2분기로 연기하는 것을 CSP대주단에 통보했습니다.

참고적으로 CSP는 브라질 철광석 업체인 발레(50%), 동국제강(30%), 포스코(20%)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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