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환 농협은행 NH핀테크혁신센터 소장 |
각 은행들이 저마다 핀테크기업과 제휴해 이들의 멘토가 되는 동시에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NH농협은행은 타 은행보다 출발이 다소 늦었지만, 3500만이라는 은행권 최다 계좌를 기반으로 핀테크 생태계의 ‘애플’을 노리고 있다.
지난 19일 개소한 농협은행 NH핀테크혁신센터의 손병환 소장을 만나보았다.
-NH핀테크혁신센터의 인원은?
▲현재 총 6명이며, 앞으로 2명을 더 보강할 계획이다.
-NH핀테크혁신센터가 주로 하는 일은?
▲첫째, 핀테크 스타트업(벤처기업)의 창업 및 기술지원, 자금지원, 멘토링 지원 등을 한다. 특히 이들이 NH농협금융그룹의 금융API를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을 원활히 개발할 수 있도록 농협금융에 알맞은 소스코드를 제공한다.
둘째, 핀테크기업들이 NH핀테크혁신센터에서 자기들이 개발한 API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돕고, 이들과 농협금융 간의 공동사업을 모색한다.
셋째, 핀테크기업이 편하게 일을 볼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을 제공한다. 전용 면적 140평의 공간에 대회의실, 중회의실, 상담 공간 등을 갖춰서 이곳에서 핀테크기업들이 서로 정보 교류를 하거나 세미나 등을 열 수 있다.
현재 핀테크기업 임직원 35명이 상주 중이며, 60명까지 늘릴 방침이다. 앞으로 상주 핀테크 스타트업만 5~7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지난 6월 연구설계를 시작해 7월부터 핀테크 플랫폼 및 금융센터 구축을 추진했으며, 8월에 핀테크기업 모델링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달 NH핀테크혁신센터 개소에 이어 다음달에는 NH핀테크플랫폼을 오픈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제휴를 맺은 기업은?
▲머니텍, 코빗, 비즈모델라인 등이 있다. 머니텍은 외화송금업체로 빠르고 편리하면서도 저렴한 해외송금 시스템을 함께 개발 중이다. 비트코인 거래소를 운영하는 코빗과는 블록체인 기술을 같이 연구 중이다.
비즈모델라인은 특허관리전문업체로 핀테크 관련 최다 특허를 지니고 있다. 비즈모델라인으로부터 특허 자문을 받는 동시에 농협금융이 특허 출원과 특허 상용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핀테크기업과 농협금융이 함께할 만한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나?
▲새로운 지급결제 서비스 개발과 P2P대출 등이 있다. 특히 P2P대출을 통해 현재 고금리로 어려워하는 소비자들에게 대환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면, 틀림없이 시장이 열릴 것이다.
현재 고신용자들은 은행권에서 연 2~5% 수준의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저신용자들은 저축은행, 캐피탈, 대부업체 등 2금융권에서 연 20%가 넘는 고금리로 돈을 빌리고 있다.
문제는 5~7등급의 중신용자들이다. 이들에게 알맞은 시장이 없어 할 수 없이 2금융권에서 지나친 고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들에게 연 10%대의 중금리대출을 제공하면, 상당한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밖에도 농협금융의 여러 계열사들, 농협은행, NH투자증권, 농협생명, 농협손보 등이 핀테크기업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구상 중이다.
-핀테크 서비스에서 보안 관련 문제는 없나?
▲충분한 대책을 이미 세워뒀다. 먼저 핀테크 지급결제 서비스 등에서 핀어카운트를 활용해 계좌정보 등 고객정보를 보호하고 있다.
또 1회성 인증키 발행으로 정보 유출 피해를 최소화했다. 아울러 위험거래탐지시스템(FDS)을 도입하는 등 핀테크기업에 사용자보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핀테크에서 농협금융만이 가지는 강점이 있다면?
▲상호금융까지 합해서 농협은 국내 최다 점포와 3500만에 달하는 국내 최다 계좌 기반을 가지고 있다. 이 다져진 토양을 활용하면, 농협금융과 핀테크기업이 서로 상생하는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다.
핀테크기업들은 농협금융이 만들어주는 틀 안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을 끌어들인다. 이는 고객들을 만족시켜 고객들이 농협금융에 머무르도록 하는 ‘Lock-in’ 효과를 불러올 것甄?
핀테크기업의 우수한 서비스들이 농협의 역량으로 내재화되고, 나아가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선순환을 일으키면, 타사가 만든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소비자들을 ios에 끌어들이는 애플 아이폰과 마찬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농협금융이 핀테크 생태계의 ‘애플’이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핀테크의 미래에 대해 상상한다면?
▲사실 핀테크란 곧 기존 금융의 영역에 IT기업들이 치고 들어오는 것이다. 이를 시장을 뺏긴다고 생각해 꺼려 하는 금융사들도 많다.
하지만 농협금융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금융사와 핀테크기업이 시장을 나눠 가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더 키움으로써 상생의 결과를 실현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대감을 품고 일하고 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