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국제유가 더 하락할까

글로벌 과잉공급이 이어지면서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수요부진까지 더해  지난 8월에는 30달러선까지 하락했고 9월 이후에는 40~50달러 사이에서 횡보하고 있다. 내년에도 국제유가의 하방 압력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20일(현지시간) 기준으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는 배럴당 40.39달러, 브렌트유 배럴당 44.66달러, 두바이유는 배럴당 40.11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WTI, 브렌트유, 두바이유는 각각 24.18%, 25.52%, 22.10% 하락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 국제원유시장은 상반기에는 낮고 하반기에는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리스크 요인이 많아 시장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여부, 수요회복 강도와 미국 달러화 향방 등이 주의깊게 봐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 美 공급은 줄어들까…1년새 시추기 64% 감소

일단 내년도 미국의 원유생산은 8년 만에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국제금융센터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유가하락 및 투자축소 등으로 일 평균 886만 배럴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 올해의 925만 배럴에 비해 39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2009년 일일 535만배럴을 생산한 뒤 연평균 12%씩 증가해 지난해 871만 배럴까지 원유생산량을 확대했다. 올해 4월에는 일일 944만 배럴을 생산해 40년래 최고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그 이후 연말까지는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을 제외한 비OPEC 국가들의 생산량 역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일일 생산량은 올해(4553만배럴)보다 0.7% 감소한 4521만배럴로 전망됐다.

예상보다도 생산 감소폭이 확대될 가능성 역시 커졌다. 원유업체들이 투자를 축소하고 있어 시추활동 등 단기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축소가 생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보다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바클레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은 올해 주요 원유업체들의 투자지출이 전년도?비해 20% 이상 줄어들었으며 내년에도 5% 내외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시추기가 지난해 10월초 1609개에서 이번 달 13일 기준으로 574개까지 감소해 64%나 줄어들었다.

◆ OPCE 감산할까…"20달러 중반대로 폭락할 수 있어"

블룸버그에 따르면 OPEC의 올해 10월까지의 생산량은 일일 3165만 배럴로 전년대비 4.3% 증가해 역대 3위 규모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년대비 6% 증가해 역대 최고치인 일일 1024만 배럴 생산했다. 이라크는 21.7% 늘어난 396만 배럴, 아랍에미리트는 3.6% 증가한 287만 배럴을 기록하면서 견조한 증가세를 보였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회원국들은 감산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나 여타국에 앞서 감산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당분간 현 생산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델 피노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OPEC가 국제 유가 안정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중반대로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OPEC이 평형 유가 설정 등 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OPEC 석유장관들은 내달 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석유장관 회동을 열고 과잉생산으로 작년 여름 이후 44%나 하락한 원유 생산정책 등을 평가할 예정이며 회동 전날인 3일에도 비공식 협의를 할 예정이다.

오 연구원은 "현재 생산능력을 감안하면 현 수준에서 생산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지만 유가가 재차 급락하는 등의 경우 감산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내년 세계수요 증가세 둔화

자료제공=국제금융센터
내년도 원유수요는 쉽게 늘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이 일정 수준의 수요 증가를 초래했으나 성장 자체도 원유에 덜 의존적인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EIA, IEA, OPEC 등은 내년도 수요가 전년보다 일일 120~140만 배럴 늘어난 9411만~9572만 배럴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에는 성장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저유가에 따른 소비진작 효과 등으로 수요 증가율이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수요는 일일 5~30만 배럴 늘어난 올해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며 비 OECD수요는 111~118만배럴 늘어나 올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개선될 전망이라고 국제금융센터는 전했다. 

수요 자체는 큰 폭으로 늘어나지만 구조상 큰 폭으로 늘어나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IEA는 개발 도상국에서조차 생산량 대비 원유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의 경제 성장은 원유에 덜 의존적인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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