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또 ‘꼼수’?…마이너스대출 가산금리 올려

국민·신한·농협·기업銀, 전월 대비 평균금리 상승…가산금리 인상 탓
마이너스대출 금리 제일 높은 곳은 기업銀…4.52%

(단위 : %, %p/ 출처 : 은행연합회)
올해 들어 은행 마이너스대출(신용한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몇몇 은행들은 가산금리 인상 ‘꼼수’를 쓰는 정황이 포착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계속 동결 중임에도 불구하고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기업은행 등 4곳은 마이너스대출 금리가 전월 대비 상승세를 그렸다. 가산금리가 오른 때문이었다.

마이너스대출 평균금리는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이 유이한 4%대를 마크해 타행보다 유난히 높았다.

◆마이너스대출 가산금리 올리는 은행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말까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대출은 5조7000억원 급증했다. 지난 2008년의 6조8000억원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분할상환 유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 강화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마이너스대출로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몇몇 은행들의 마이너스대출 금리가 슬금슬금 올라가 소비자들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한은 기준금리가 5개월째 동결 중임에도 평균금리가 오른 것은 주로 가산금리 상승 때문으로 나타나 “꼼수”라는 비판까지 등장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의하면, 주요 7개 은행 중 국민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기업은행 등 4곳의 10월 평균금리가 전월보다 높았다.

농협은행이 3.54%에서 3.67%로 0.13%포인트 올라 최대 상승폭을 보였으며, 국민은행이 0.09%포인트로 그 뒤를 이었다. 기업은행은 0.06%포인트, 신한은행은 0.02%포인트씩 각각 상승했다.

주된 원인은 가산금리 인상이었다. 농협은행은 마이너스대출 기준금리가 9월 1.6%에서 10월 1.59%로 0.01%포인트 내려간 반면 가산금리는 9월 1.94%에서 10월 2.08%로 0.14%포인트나 상향조정했다.

국민은행도 같은 기간 기준금리는 0.02% 낮아졌으나, 가산금리를 2.74%에서 2.85%로 0.11%포인트 인상했다.

기업은행은 0.06%포인트, 신한은행은 0.03%포인트씩 각각 가산금리가 올랐다. 기업은행의 기준금리는 전월과 동일했으며, 신한은행은 0.01%포인트 내려갔다.

나머지 세 은행은 모두 마이너스대출 가산금리가 전월보다 인하됐다.

이처럼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상향조정함에 따라 기준금리 하향세의 보람도 없이 소비자들은 전보다 오히려 더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하는 처지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때문에 대출금리가 내림세를 그리자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올리는 ‘꼼수’로 이를 역전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은행별 편차 큰 마이너스대출 금리

한편 은행별로 마이너스대출 금리의 편차가 컸다. 주요 7개 은행 중에서는 기업은행이 10월 평균금리 4.52%로 가장 높았다. 국민은행(4.43%)까지 2곳이 유이한 4%대 금리를 나타냈다.

특히 국민은행은 특이하게도 신용등급 7~8등급 마이너스대출 금리가 3.77%에 불과해 1~2등급(4.3%), 3~4등급(4.96%), 5~6등급(5.13%)보다 오히려 낮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 7~8등급 구간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본부 승인 집단신용대출의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국민은행 마이너스대출 금리가 다소나마 내려가는 영향을 끼쳤다.

가장 낮은 3.67%의 농협은행이었으며, 신한은행(3.69%)이 그 뒤를 바짝 쫓았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구 하나은행의 마이너스대출 금리(3.71%)가 구 외환은행(3.94%)보다 0.23%포인트 낮았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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