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금융사기 막으려면…" 이기동 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이기동 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사진)은 금융사기를 막기 위해선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근절하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라 설명했다. 또 금융사기범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이고 금융회사의 보안 수준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승 기자.
보이스피싱, 파밍 등 각종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한 수사당국과 금융당국 및 금융권의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경찰청에서 보이스피싱범죄 특별 단속을 실시하는가 하면, 금융권에서는 지연인출제, 통장 개설절차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으로는 날로 진화하는 사기범들의 수법을 따라갈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기동 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은 금융사기의 수단이 되는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역설한다. 사기범들에 대한 처벌 수위도 대폭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송금이나 결제 과정에서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없도록 금융회사의 시스템개선 및 보안 의식 강화가 절실하다고 설명한다.

다음은 이 소장과의 일문일답.

-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와 주요 업무를 소개해달라.

▲지난 5월 법인으로 정식 등록했다. 현재 5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방송출연, 강연 등을 통해 일반인들의 금융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또 자금 이체 또는 결제 등의 과정에서 두 번에 걸쳐 알려주고 승인을 요구하는 문자서비스인  ''크레딧톡''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 보급도 추진하고 있다.

-금융사기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시급한 대책은.

▲무엇보다도 금융사기의 수단이 되는 대포통장을 근절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사기범들은 대포통장을 ''개당 80만원에 10개를 보내달라''는 식으로 그들끼리 교류한다. 대포통장 50개가 있다면 하루에도 1억 5000만원에서 3억원 정도는 인출할 수 있다. 최근 통장 개설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개당 崙跆育?단가가 높아지고 있다. 피해자금을 빼내기 위한 ''인출도구''인 대포통장이 사라지면 금융사기는 상당 부분 줄어든다.

금융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여야 한다. 현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금융사기범의 처벌 강도는 고작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그친다.

해외 총책이 잡히면 금융범죄가 뿌리뽑힐 거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이는 범죄조직을 몰라서 하는 얘기다. 총책이 붙잡히더라도 다른 누군가로 채울 수 있다. ''행동''할 사람은 많다.

-금융범죄에 쓰이는 대포폰도 문제되지 않나.

▲보통 사기범들은 대 당 30~40만원에 대포폰을 만든 후 1~2일 쓰고 버린다. 이 같은 대포폰을 차량 트렁크에 100개가량 싣고 다닌다.  때문에 대포폰 대책은 통신회사, 미래창조과학부 등에서 시급하게 나서야 할 문제다. 휴대폰 개통 과정에서 본인 확인 및 개통 사유 등을 보다 철저하게 살펴야 한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개통한 후 팔아버리는 선불폰도 문제다.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해외 발신을 숨기는 데 대한 대책도 절실하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입법도 뒤따라야 한다.

-향후 유행할 범죄수법에 대해 예상해달라.

▲사기범들은 정부에서 대책을 내놓으면 이를 끊임없이 연구해 새로운 사기수범을 들고 나온다. 과거 보이스피싱에서 피싱사이트, 파밍, 스미싱, 큐싱 등 새로운 금융사기 수법이 등장하고 있지 않은가. 냉장고나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현금을 넣어두라 요구한 후 찾아가는 게 단적인 예다. 앞으로는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기 어려운 방식인 ''몸캠''이나 불륜 공무원 대상 금융사기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대포통장을 구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신용불량자나 대출연체자 등을 상대로 대출을 빙자한 송금을 유도하는 사기도 꾸준히 기승을 부릴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활동계획은.

▲과거 보이스피싱 조직의 대포통장 모집 총책으로 활동하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그러다 보이스피싱 사건 피해자의 자살 소식을 접한 후, 금융사기 예방 활동에 전념하기로 결심했다.

현재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새로운 금융사기에 대한 분석 및 예방대책을 세우고 있다. 또 무턱대고 넘긴 자신의 통장이 나쁜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絹湧?아직도 많아서 이런 생각을 바로잡기 위한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앞으로 금융사기와 관련한 강연을 통해 금융소비자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활동을 지속하겠다.  또 2~3년 내 금융사기를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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