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부품·소재 집중…디스플레이·반도체 '투트랙' 전략

내년 엣지 디스플레이에 '포스터치' 접목 예상
경쟁사 압도하는 반도체기술…신상품 대거출시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글로벌 IT산업 혁신의 중심지인 미국 산호세 실리콘밸리에서 DS(Device Solutions) 부문 미주총괄 신사옥을 준공했다. 삼성전자는 부품 분야의 토탈 솔루션(Total Solution) 경쟁력을 기반으로 ▲메모리 ▲시스템 LSI ▲LED ▲디스플레이 ▲파운드리 등 부품 사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새롭게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사진=삼성전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기·전자 분야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삼성전자가 완성품에서의 실적 부진을 만회할 대책으로 부품 및 소재 사업부문에 전사 역량을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과 TV 등 완성품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정보통신(IT)·모바일 제품을 비롯한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핵심 부품으로 들어가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 성장성 정체 및 중국·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과의 경쟁 과열에 빠진 스마트폰 부문의 실적 약세를 보완할 수 있는 사업영역을 구축 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4분기부터 디스플레이·반도체 같은 전자업계의 핵심 부품·소재시장 장악에 나서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등에 대한 공급물량을 늘려, 내년 이후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노릴 것이라는 예상이 관련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반도체는 갤럭시S6 시리즈 출하량 감소에도 북미시장 전략 거래선에서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매출액 증가로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며, 특히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의 경우에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채택률이 대폭 상승하고 있다”면서 “3분기부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IM(IT·모바일)부문 이익 감소에도 시스?반도체와 AMOLED 실적 호조를 등에 업고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7일 삼성전자의 3분기 경영실적 발표를 이틀 앞둔 가운데, 스마트폰 출하량은 갤럭시 S6·S6 엣지 출하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갤럭시 노트5와 중저가 보급형 라인 출하 물량 확대에 힘입어 직전 분기 대비로는 10%대 초중반 가량 증가한 8000만대를 기록할 것이란 예측이다.

다만 출하량은 크게 늘어났으나 판매가격을 낮춤으로 인해 3분기 IM 사업부문 매출액은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에서 정체 양상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무려 ‘10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라는 대기록 달성이 확실시되는 TV 사업 역시 판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나빠지기는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갤럭시 노트4를 통해 처음 선보이고 갤럭시S6 엣지로 디스플레이에서 ‘엣지’ 가능성을 발견한 삼성전자가 내년에는 ‘포스 터치’(Force touch) 기술을 엣지 디스플레이에 접목해 디스플레이에서 차별화를 추구할 것이란 시각이 제시된다.

여기에 폴더블(Foldable)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스마트폰을 내년 중에 공개하면서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하드웨어(H/W) 차별화를 진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2일 서울 호텔신라에서 열린 ‘2015 삼성 SSD 글로벌 서밋(2015 Samsung SSD Global Summit)’에서 국내외 미디어와 파워 블로거 등 1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V낸드 SSD’ 신제품을 공개했다. 사진=삼성전자

올 들어 삼성전자는 전사 매출총액과 영업이익의 절반을 책임지는 최대 핵심계열인 IM사업부의 실적 부진에도 반도체 사업에서의 경영성과 덕분에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체 선전으로 3분기에도 ‘어닝 서프라이즈’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장의 컨센서스(전망치)를 웃도는 6조원대 후반의 영업이익이 가능할 것이란 추정이 많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삼성 SSD 글로벌 서밋(2015 Samsung SSD Global Summit)’을 통해 V낸드 기반의 SSD 신제품 5개 라인업, 용량별로 19개 모델을 선보이고 한국·미국·중국·독일 등 전 세계 50개국에서 출시에 들어갔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한 제품은 무려 19개 모델에 이른다. 3세대(48단) V낸드 기반의 ▲2.5인치 소비자용 SSD ‘850 EVO’와 2세대 128기가비트 V낸드 기반의 ▲초고속 기업용 SSD ‘950 PRO’ M.2 ▲카드타입(HHHL·half-height, half-length) 스토리지용 SSD ‘PM1725’ ▲데이터센터용 SSD ‘SM863’ ▲‘PM863’ 등 5종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테라 SSD 대중화’를 선언하고, 글로벌 기업용 SSD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며 프리미엄 SSD 시장의 성장세를 주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디스플레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최대 강점인 압도적 반도체 기술력을 앞세워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쌍끌이’ 전략을 통해 스마트폰과 TV 등 완성품 사업부의 실적 악화와 관계없이 전사 실적을 견인할 수 있는 강력한 성장 모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서초사옥의 기획·홍보·법무·IT서비스 등 주요 지원기능을 수원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배경에도 수익성 제고를 위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실질적으로 서초사옥에 있던 본사 기능을 그동안 주소상 본사임에도 사업장 개념이 강했던 수원 영통구 소재 수원디지털시티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 수원본사는 명실상부한 ‘삼성전자 본사’로 거듭나게 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부터 2년 연속 세계 소비자용 SSD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독보적인 3차원 메모리 기술을 적용한 ‘V낸드 SSD’ 제품을 기반으로 소비자 시장뿐만 아니라 기업용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지속 확장해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브랜드제품마케팅팀장 김언수 전무는 ‘삼성 SSD 글로벌 서밋’에서 “3세대 V낸드 SSD 출시로 세계 최고의 속도와 탁월한 절전효과, 긴 사용연한 등 소비자와 기업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게 됐다”며 “향후 사용 편의성을 더욱 높인 초고용량 SSD를 출시해 ‘테라 SSD 대중화’를 더욱 앞당겨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3세대(48단) 256기가비트(Gb) V낸드 기반 SSD를 연이어 출시해 업계 최대의 SSD 라인업을 한층 강화하고 프리미엄 SSD 시장의 성장세를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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