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드디어 MOU 사슬 벗어나나?

판매관리비용률·1인당조정영업이익 등 삭제…경영 자율성 확대
금융위, “민영화 의지 피력…기업가치 제고 기대”

우리은행이 드디어 오랜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의 사슬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

정부가 과감하게 MOU 조항을 완화함에 따라 우리은행의 경영 자율성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이는 정부의 우리은행 매각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기업가치 제고와 함께 민영화 작업 가속화에 추진력을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정 중심에서 결과 중심으로 변환

금융위는 2일 “공적자금 투입 금융사에 대한 MOU를 큰 틀에서 개선한다”고 밝혔다.

이명순 금융위원회 구조개선정책관은 “일반 시중은행의 건전성 및 수익성 점검과 다름없는 수준으로 MOU 관리체계를 개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우리은행 측의 요구사항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대부분 수용했다”고 말했다.

이번 MOU 완화 조치의 기준은 ‘공적자금 누적 회수율 50% 이상’으로 사실상 우리은행(64.2%)만 해당된다. 따라서 정부가 우리은행의 조속한 민영화를 위해 통 큰 결단을 내린 것이란 판단이 유력하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중동 국부펀드 등 몇몇 우리은행 인수 희망자들이 요구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우선 우리은행의 수익성 지표에 대한 관리를 비용통제적인 관점보다 결과지표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특히 판매관리비용률과 1인당조정영업이익 조항을 삭제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추가한 것이 눈에 띈다. 전자는 전형적인 과정지표, 후자는 결과지표다. 
(은행별 판매관리비용률/ 출처 : 금융위원회)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그간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판매관리비용률과 1인당조정영업이익이 나쁘지 않은 수치였음에도 불구하고, MOU의 기준이 과도하게 높은 탓에 경영 자율성을 크게 침해당했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올해 상반기?현재 판매관리비용률은 56.4%로 신한은행(55.3%)보다는 높지만, 국민은행(63%)보다는 훨씬 낮다.

1인당조정영업이익도 3억원으로 국민은행(2억6000만원), 하나은행(2억8000만원) 등보다 많다. 4대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3억1000만원)만이 우리은행 위에 있을 뿐이다. 
(은행별 1인당 조정영업이익/출처 : 금융위원회)

하지만 우리은행이 예보와 맺은 MOU에 의한 올해 목표는 판매관리비용률 50.9%, 1인당조정영업이익 3억1000만원이다. 사실상 달성 불가능한 수치로 우리은행은 영원히 MOU의 멍에를 못 벗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조항이 사라지면서 차후 우리은행은 수익 전망만 확실하다면, 보다 과감한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MOU 때문에 영업력 강화와 마케팅 등에 심각한 제약을 받았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또 목표부여에서 일회성 및 비경상적 요인을 제외하고, 목표 이행 수준 평가에서도 지표별 과락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경쟁사 대비 개선도 양호지표에 대한 가점제를 도입한다.

우리은행의 수검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실적점검 방식을 임점점검에서 서면점검 위주로 변경하고, MOU 해지 요건도 완화했다. 즉, 예보가 1대 주주 지위를 상실했을 경우뿐 아니라 과점주주군 형성 등으로 예보가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지분율 30% 이하 등)에도 MOU 해지가 가능해진다.

이 정책관은 “어느 시점에서 MOU를 해지할 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수치는 없다”며 “매각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MOU 해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수 희망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안에 대해 “100%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간 거듭해서 건의했던 사항들이 상당 부분 받아들㈐낫?rdquo;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다만 실적이 곧바로 증대될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리가 올라야 한다”며 과도한 기대감을 경계했다. 

이 정책관은 “MOU 완화는 정부의 우리은행 민영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며 “잠재적인 인수 희망자들에게 인센티브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수익창출 활동이 가능해진 것과 함께 민영화 의지가 우리은행 기업가치 제고의 ‘쌍끌이 마차’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우리은행을 매각한다고 외쳐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의심스럽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며 “민영화 의지가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우리은행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최근 나돌고 있는 중동 국부펀드로의 매각설에 대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담당하고 있는 이 정책관은 “현재 협상의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지분 14% 매각설이나 11월 매각설 등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매각가격이나 인수 지분 등은 아직 확정된 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전요섭 구조개선지원과장은 “지금은 이메일로만 중동 국부펀드 측과 협상 중”이라며 “언제 만날지도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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