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기 취약한 고령층, 피해 막으려면?

60대 이상 피싱 피해 多…3명 중 1명 꼴 금융당국 사칭 속아
고령층 대상 교육 강화 및 대포폰 근절·FDS고도화 절실

 고령층 금융소비자가 피싱 등 금융사기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는 젊은 층에 비해 금융지식이 부족하거나 정보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비대면을 기반으로 한 피싱사기 피해자는 60대 이상의 비중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고, 금융당국을 사칭한 금융사기 피해자 가운데 3분의 1은 60대 이상이었다.

세계파이낸스는 2일 제 19회 노인의 날을 맞아 주요 금융사기 유형과 고령층 금융소비자가 유의해야 할 점을 비롯해 금융사기 피해 예방 대책에 대해 짚어봤다.

◆ 60대 이상 피싱사기 비중 높아…금융당국 사칭에 취약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금융사기 유형별 성별·연령대별 피해현황''을 보면, 올해 1~8월 중 금융사기 피해건수는 4만 44445건으로 집계됐다. 피싱사기가 1만 8141건(1202억원), 대출사기가 2만 6304건(744억원) 발생했다.

유형별로는 피싱사기 발생건수가 40.9%로 가장 많았고, 파밍·피싱사이트를 통한 사기와 보이스피싱의 발생건수 비중은 각각 22.6%, 18.3%으로 집계됐다.
자료=금감원.

주목할 만한 점은 60대 이상의 남성에서 피싱사기 비중이 24.1%를 기록, 다른 연령대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금융사기 수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교묘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금융사기에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고령층의 피해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기동 금융범죄에방연구센터 소장은 "젊은 사람들은 금융사기를 당하더라도 피해금액이 적지만, 고령층의 경우 모아둔 돈이나 퇴직금 등을 사기범들에게 보내는 사례가 많아 피해금액이 큰 편"이라 분석했다. 실제 피싱사기의 발생비중은 40.9%인 반면, 피해금액 비중은 이보다 높은 61.8%나 됐다.

특히 고령층 금융소비자는 금융당국을 사칭하는 금융사기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寵ㅔ」适翎??의원실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올해 7월까지 금융당국을 사칭한 금융사기 피해자 2866명 중 60대 이상 고령층은 1025명으로 전체의 35.8%나 됐다. 60대 이상 금융사기 피해자 가운데 세 명 중 한 명 꼴이다. 금감원은 금융당국 등을 사칭하는 전화는 끊는 게 상책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신학용 의원실.

◆ 심리전에 당한다…여러 조직원 통한 ''혼 빼놓기''

금융사기 수법이 금융회사, 언론, 수사당국 및 금융당국을 통해 알려지고 있지만, 사기범들이 교묘한 심리전을 통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인터넷뱅킹, 스마트폰뱅킹을 통한 금융사기 수법인 피싱이 그 예다.

전화 통화 후 피해자로 하여금 직접 은행에 들러 돈을 보내도록 유도하는 보이스피싱이 전통적인 방식이라면, 피싱은 비대면 방식으로 사기범들이 스스로 돈을 빼내간다. 송재철 농협 상호금융수신부 전화사기대응팀 차장은 "고령층 금융소비자가 비대면거래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악용, 사기범들은 보안카드 번호는 물론, 일회용비밀번호(OTP)를 피해자가 직접 가르쳐주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갔다거나, 통장이 대포통장 사기에 연루됐다며 피해자로 하여금 인출 및 송금을 유도한다"며 "여러 명의 조직원들이 검찰, 금감원, 은행 직원 등의 역할을 맡으며 피해자를 압박하면서 개인정보를 빼내간다"고 설명했다. 사기범들은 피해자의 심리를 철저히 꿰뚫어 접근한다는 게 이 소장의 얘기다.

최근 문제가 된 냉장고나 지하철 물품보관소에 현금을 찾아 보관하도록 유도한 후, 현관 비밀번호를 알아 내 돈을 찾아가는 방식도 여러 범죄조직원을 동원해 피해자의 이성적인 판단을 막은 후 실행하는 사기 수법이다.

은행에선 창구 직원이 금융사기 가능성을 고객에게 알리더라도 피해를 막기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이미 피해자들이 사기범들에 ''세뇌''된 상태라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의 서울 금천구 소재 지점 직원은 "의심되는 거래라는 걸 고객에게 설명한 후 일단 송금하지 않는 게 어떻겠냐고 얘기하더라도, 고령층 금융소비자들이 이를 귀담아듣지 않아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홍보·교육 통한 경각심 고취…"대포폰 막고, FDS고도화"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사기를 줄이려면 무엇보다도 이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사기 예방 교육 및 집중 홍보가 절실해 보인다.

송 차장은 "시기적으로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금융사기 패턴과 위험성에 대해 꾸준히 알려 경각심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며 "일례로 금감원과 경찰청이 공동 운영하는 보이스피싱 지킴이 홈페이지에서 ''그놈 목소리(금융사기 실제 피해사례 음성 제공 서비스)''를 최소한 두 번 이상 들어본다면, 유사한 사기패턴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조성목 금감원 서민금융감독국 선임국장은 "교육과 홍보를 통해 고령층 금융소비자의 금융사기 피해를 미연에 막는 게 상책"이라면서 "최근 금감원 직원이 대한노인회 강사를 대상으로 금융사기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등 금감원과 대한노인회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지킴이` 홈페이지 캡쳐.

금융사기에 악용되는 대포폰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연인출제 및 대포통장 신고포상제 시행 등으로 대포통장 유통이 감소構?있는 반면, 금융범죄의 수단인 대포폰을 없애기 위한 노력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소장은 "대포통장 발급, 유통만 차단해서는 금융사기 근절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통신사의 협조를 통해 대포폰 개통을 막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선임국장도 "예를 들어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주로 활동하는 중국 등 해외에서 국내로 전화할 경우 ''국제전화''라는 걸 명시토록 한다면, 국내 공공기관을 사칭한 금융사기가 줄어들 것"이라 설명했다.

은행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보다 고도화하는 방법도 금융사기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FDS는 평소 금융소비자의 금융 이용 패턴이 아닌 의심되는 금융거래를 실시간으로 탐지, 보이스피싱, 대출사기 등 전자금융사기를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시중은행에서는 기업은행과 광주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이 FDS를 구축한 상태인데, 두 은행은 각각 10월, 12월 FDS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류창열 부산은행 정보보호부 부부장은 "고령층 금융거래자들은 인터넷뱅킹이나 스마트폰뱅킹보다 텔레뱅킹 사용 비중이 높다"며 "최근 FDS를 텔레뱅킹으로 확대 시행하는 등 금융사기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2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