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함영주號 KEB하나은행…"소통과 화합으로 일류은행 만든다"

별도 TF 구성해 화학적 결합 추진
영업제일·현장 중시 ‘천명’…“계좌이동제 대비 하나코인 출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 가운데), 함영주 초대 KEB하나은행장(사진 왼쪽에서 세번째),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사진 왼쪽에서 다섯번째),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이 임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KEB하나은행이 1일 공식 출범했다.

이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초대 KEB하나은행장이 참석한 가운데 새 은행의 현판식을 가지고 ‘힘찬 출발’을 다짐했다.

닻을 올린 ‘함영주號 KEB하나은행’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까? 양행의 합병 과정에서 진통이 상당했기에 통합 후에도 우려되는 부분이 꽤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함 행장은 “열린 마음과 소통으로 화합을 끌어내겠다”고 밝혔다.

◆빠른 화학적 결합 추진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함 행장은 “현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물리적 통합은 이뤘지만, 화학적 통합은 아직”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3개월 안에 화학적 결합을 달성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함 행장은 은행 내부에 화학적 결합을 추진하는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1:1 밀착 연수’를 추진하는 등 감성통합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합병할 때 양행 직원들을 교차 배치시키고, 매일 함께 술을 마시며 교우를 다졌다”며 “KEB하나은행도 비슷한 과정을 밟을 듯하다”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함 행장은 본인의 비서실장으로 김지성 전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을 임명했다. 행장의 수족이라 할 수 있는 비서실장직에 ‘투쟁’ 이미지가 강한 노조위원장, 특히 피합병은행의 노조위원장 출신을 앉히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함 행장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외환은행 출신을 차별하지 않고 끌어안겠다, 투명한 인사와 경영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기 위해 은행장부터 모범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여러 차례 ‘열린 마음’을 강조하면서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할 뜻을 내비쳤다.

인사에 관해서는 “당초 약속한 대로 한동안 양행 출신들의 인사를 이원화해 실시하겠다”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결코 없다”고 전했다. 급여 및 복리후생에 대해서는 “기존보다 저하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혀 전 하나은행 출신들의 임금이 전 외환은행만큼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산(IT) 통합 관련해서는 “안정성을 최우선시해 세부적인 부분까지 꼼꼼하게 다지겠다”며 “내년 6월 7일 IT 통합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업력 강화로 ‘일류은행’ 노린다  

함 행장은 자신의 비전으로 ‘일류은행’을 내세웠다. “KEB하나은행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일류은행’으로 키우겠다”며 그 첫 발자국으로 “영업력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모든 체계를 현장 중심으로 만들고, 영업력 강화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력 강화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라며 “하나은행에서 전 직원 프라이빗뱅커(PB)화를 추구했던 것처럼 전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까지 모두 자산관리 전문가로 키우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하나은행의 PB역량과 외환은행의 기업금융 및 투자은행(IB) 역량을 융합해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함 행장은 “아울러 계좌이동제에 대비, 기존 고객들을 붙들어 두기 위해 오늘 ‘행복노하우통장’과 ‘행복주거래 예적금’을 출시했다”며 “다음달에는 ‘하나멤버십’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하나멤버십’은 은행 외에도 카드, 저축은행, 증권, 캐피탈 등 하나금융그룹과의 모든 거래실적을 하나로 통합해 고객에게 ‘하나코인’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라며 “고객들은 ‘하나코인’으로 빚을 갚거나 예적금상품 등에 가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신 부문에서는 대기업여신보다 소호대출 등 중소기업여신을 더 중시할 뜻을 내비쳤다.

함 행장은 “여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계획”이라며 “대기업여신을 다소 줄이는 대신 그만큼 중소기업여신을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으로부터 동시에 돈을 빌린 대기업의 경우 통합 후 개별 기업에 대한 은행의 여신한도에 걸려서 여신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한편 함 행장은 “글로벌 은행을 추구하겠다”고 밝혔으며, 김 회장도 이날 “비은행 부문과 글로벌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하나금융은 차후 해외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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