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공회전 'CD금리 담합' 조사…이유는?

공정위 조사 속행에 고통받는 은행 임직원들
"수년 간 발행 안 해…CD금리 담합 있을 수 없다"

은행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가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반적인 공정위 조사보다 훨씬 오래 걸리다 보니 관련된 은행 임직원들은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담합 증거가 나올 수 없는 조사를 공정위가 무리해서 속행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는 양상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의 CD금리 담합 조사는 3년째 공회전 중이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며칠 전에 갑자기 공정위 조사원이 들이닥쳐서 여러 가지 자료를 요구하고, 면담도 했다”며 “솔직히 업무에 상당히 방해된다”고 낯을 찌푸렸다. 이어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수년 간 조사가 계속되다 보니 현장에서는 피로감이 큰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CD금리 담합’ 의혹은 지난 2012년 7월 급작스럽게 불거졌다. 주로 은행들이 발행하던 CD는 과거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으로 활용됐기에 민감한 문제였다. 만약, 은행들이 담합을 통해 일부러 CD금리를 높게 발행했다면, 소비자들로부터 불법적인 이익을 취한 셈이 된다.

당시 이 의혹으로 큰 논란이 일었으며, 은행주의 주가가 뚝뚝 떨어지고, 심지어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까지 올라갔었다. 한바탕 홍역을 겪은 뒤 은행들은 오랜만에 CD를 재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바탕 홍역을 겪은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의혹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대개 1년 가량 걸리는 것이 관행과 달리 ‘CD금리 담합’ 조사만 3년을 넘기면서 은행 임직원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 조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사건별로 다르다”며 “어느 정도 걸린다고 특정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 중인 조사 상황은 밝힐 수 없다”며 “언제 끝날 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은행들이 특히 “CD금리 담합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기에 더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이 코픽스로 변하면서 은행들이 CD를 발행하지 않은 지 수년이 지난  후"라면서 “발행도 안 하는 상품의 금리를 무슨 수로 담합하겠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2011년부터 2년 가까이 CD를 발행하지 않았다”며 “은행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코픽스로 바뀐 상황에서 CD금리를 담합할 실익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통틀어 CD금리 거래가 있었던 날은 5일 미만”이라며 “거래도 호가도 없어 전일 종가 기준으로 CD금리를 산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은행별 CD금리가 비슷하게 나올 수밖에 없음을 암시했다.

당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국회에서 CD금리 담합 관련 질의를 받자 “은행이나 증권사가 담합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도 이에 동의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정위의 ‘CD금리 담합’ 조사는 은행별 조사를 금융당국이 맡던 관행을 깨뜨린 것”이라며 “전문성이 부족한 공정위가 증거가 나오기 힘든 사안에 대한 조사를 무리하게 속행하는 듯 하다”고 꼬집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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