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마다 발목 잡는 저성장⑤] 美연준, 금리 동결?

‘중국발 쇼크’에 연준 분위기 변화…연내 금리 인상 없을 수도
한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론 고개 들까?

‘중국발 쇼크’가 전 세계를 휘어 감으면서 미국에까지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당초 다음달부터 정책금리를 인상할 계획이었지만, 글로벌 경기 부진이 심화되면서 브레이크가 걸리는 분위기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경우 한국의 통화정책까지 파급효과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민에 빠진 연준

2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현재 경기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3.7%(연율 기준) 성장했다. 7월 잠정주택판매지수도 전월(110.4) 대비 0.5% 상승한 110.9를 기록했다.

또 지난주 신규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27만 1000명으로 전주보다 6000명 감소했다.

2%의 인플레이션율과 5.5% 이하의 실업률이라는 두 가지 목표 역시 충분히 달성 가능해 보이는 양상이다.

미국 경기만 보면, 기존 방침대로 다음달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다우지수가 급락하는 등 ‘중국발 쇼크’가 너무 강해서 연준 위원들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 연방은행 총재는 “통화정책 정상화 여부 결은 일단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장도 "올해 언젠가는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서 ‘9월 금리 인상설’을 희석시켰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몇 주 전보다 떨어졌다"며 "세계 금융시장 상황은 연준의 경제 전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연준이 최소한 9월에는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태도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의 예상도 이와 합치한다.

스티븐 올리너 미 기업연구소(AEI)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 충격 때문에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올릴 확률은 20%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9월 인상 가능성을 50%로 내다봤었다.

엘 에리안 알리안츠 이코노미스트는 “12월까지는 통화정책 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안에는 금리가 계속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바클레이스 보고서도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을 내년 3월로 늦췄다.

자니 마틴 아담스 웰스파고증권 주식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중국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잭 카프리 JP모건 프라이빗 뱅크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7월 FOMC 의사록은 금리 인상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이런 내용은 시의성이 떨어진다"고 연준의 결정이 ‘중국발 쇼크’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내비쳤다.

존 맨리 웰스파고 어드밴티지 펀드의 수석 주식 전략가는 "경제의 성장보다는 둔화가 더 우려스럽다"며 "연준이 통화긴축에 나서지 않는 것은 경기 냉각에 대한 위험이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앤소니 발레리 LPL 파이낸설 코프의 시장 전략가는 "7월 이후 인플레이션 기대가 하락했고, 달러화는 더 강세가 됐으며 중국은 위안화 절하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연준의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재료"라고 덧붙였다.

◆정부, 통화 추가 완화할까?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이후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기준금리를 4차례에 걸쳐 1%포인트나 인하했다. 기준금리 1.5%라는 초저금리는 처음 해보는 경험이다.

몇 년 째 경제성장률 3%를 달성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경기 부진을 탈출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큰 극약 처방”이라는 비판도 많았다.

때문에 만약 연준이 다음달 금리를 인상했다면, 한은도 이를 따라 금리 정상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었다.

그러나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미 몇몇 업계에서는 금리 동결은 물론이고 더 인하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금리가 더 내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연초 반짝 살아나는 듯 했던 부동산시장이 다시 가라앉고 있다”며 “정부가 돈을 더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의 경기는 정부가 매년 대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실시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우 좋지 않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0.3%(전기 대비)에 불과하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해 심각한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각 금융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조정하고 있다.

HSBC는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당초 2.8%에서 2.4%로 낮췄다. 바클레이즈는 3.0%에서 2.6%로, 씨티그룹은 2.8%에서 2.7%로 내렸다. 무디스도 최근 2.7%에서 2.5%로 하향조정했다.

올해 한 때 2200 가까이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중국발 쇼크’ 이후 1800대 초반까지 무너졌다. 다행히 지난 며칠 간은 회복세를 보여 28일 종가 1937.67을 기록했다. 그러나 다시 2000선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의 재차 완화에 유혹을 느낄 거란 전망이 유력하다.

그러나 중국의 예와 마찬가지로 ‘마구잡이식 돈 풀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평가절하, 기준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 등을 단행했지만, 경기가 전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며 “금리를 또 내린다고 해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적완화와 수출에만 기대는 경제정책은 결국 외풍에 취약해지는 경제 구조만 만든다”며 “양적완화는 단지 현재의 리스크를 미래로 연기하는 정책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근로자의 소득이 늘고, 이에 따라 소비가 활성화돼야 기업 투자도 증가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부의 재분배를 통해 내수를 부양,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원인은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며 근본적인 부분의 해결을 주문했다.

실제로 한국의 장기성장동력이 고갈되고 있음이 최근 경제지표에서 드러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한국의 추세성장률은 2000~2007년 4.7%에서 금융위기 이후인 2010~2014년 3.5%로 떨어졌다.

이 기간 중 민간소비 추세성장률은 3.6%에서 2.5%, 수출은 11.4%에서 8.1%로 각각 감소했다. 건설투자 추세성장률도 금융위기 이전 1.2%에서 금융위기 이후 -0.5%로 하락했다.

정부와 한은이 또 다시 단기 부양책의 유혹에 빠질 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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