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시대 금융전략⑤] 달러 '썰물'… 관리방안은?

정부는 무리한 외환확충보다 스왑이 중요
"기업,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 신중해야"

미국이 경기회복을 바탕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하반기에 금리인상을 시작하게 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달러화 강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초저금리 시대를 열면서 신흥국으로 움직였던 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환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작년 8월부터 10개월 연속으로 미국 투자자들이 외국채권 투자자금을 순회수하고 있으며 10개월간 총 2246억달러, 그 중 1074억달러를 올해 1~5월에 순회수했다.

이로 인해 한국 정부는 쓸려가는 외화자금을 방어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고, 기업들은 환리스크를 관리하는 게 중요해졌다.

◆ 무리한 외환보유액 확충보다는 스왑 체결이 더 중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보유액은 올해 6월말 기준으로 3747억5000만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이다. 보유액 기준으로는 6위로 중국(3조7300억달러), 일본(1조2458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 스위스, 대만 다음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204억달러와 비교하면 18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충분하다면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더 확충하기보다는 통화 스왑을 늘리는 편이 더 낫다고 지적했다. 통화스왑이란 비상시에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나 달러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보유액이 많으면 더 안전하겠지만 지금 현 수준을 유지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유사시에 자금흐름을 더욱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통화 스왑을 체결하는 편이 낫다"고 밝혔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연구원 역시 "달러 조달에 문제가 생겨서 위기가 생길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인위적으로 달러를 매입해 외환보유액을 늘리게 되면 환율이 올라갈 수 있다"며 "미국이나 아시아 주변국 간 통화스왑을 늘리는 게 좋다. 특히 일본과 통화스왑이 종료됐는데 경제적으로 교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100억 달러 규모의 일본과의 통화스왑을 만기연장없이 만료한 바 있다. 특히 일본과의 통화스왑이 중요했던 이유는 엔화가 아닌 달러 스왑이라는 점이다. 위기 때 필요한 것은 현지 통화가 아닌 기축달러인 달러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 호주 등과 스왑을 하고 있지만 모두 현지 통화로 돼 있고 달러 스왑을 체결한 곳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 뿐이다.

◆ "기업,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 신중해야"

기업의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은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 채권의 경우 빚인데 금리가 오르게 되면 비용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계 외화채권은 132억달러로 지난 5년간 평균인 159억 달러 및 작년 상반기 214억달러보다는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에 나타났던 미 금리인상에 대비한 선제적 발행수요, 4월 이후 주요국 국채금리 급등 여파로 분석된다.

하반기 역시 중국 금융시장 불안과 미 금리인상 등 이슈가 한국계 기관들의 외화장기차입에 상당기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윤인구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하반기 장기 외화채 발행이 필요한 경우 적절한 발행시기를 포착해 단기간내 발행을 완료할 수 있도록 실무적인 사전 준비와 함께 시장여건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금리인상 및 유럽 시장불안 여지에 대응해 차입통화 다각화 차원에서 사무라이채를 포함해 엔화표시채에 대한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제금융센터의 모선영 연구원은 "외국기관이 일본 내에 발행하는 엔화표시 채권인 사무라이채가 올해 상반기 중 금융시장 변동성 증가 및 스왑금리 상승 영향으로 다소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견고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한 기업들의 환 리스크 관리 방안에 대해서도 다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임희정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경우 선물환 등 중소기업에 비해 환 위험 노출에 대비하는 방법이 더 많다. 중견, 중소기업도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에서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성태 연구원은 "기업의 경우 환리스크를 관리하는 기본 시나리오가 있겠으나 급변기에는 어떻게 자금 조달할지, 대처방법은 어떤게 있을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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