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왕자의 난'…차남의 승리, 신격호 강제퇴진

차남의 승리로 끝난 '왕자의 난'
신동주 전 부회장, 마지막 반격도 실패로 끝나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마지막 반격이 실패로 끝나면서 롯데그룹 후계구도를 둘러싼 ‘왕자의 난’은 사실상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의 승리로 끝나는 분위기다.

28일 외신에 따르면,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전격 해임했다. 신 총괄회장이 지난 1948년 롯데그룹을 창설한 이래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67년만에 처음이다.

신 총괄회장의 갑작스런 퇴진은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의 싸움에서 비롯됐다. 당초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퇴직하면서 후계권력은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으로 확정되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를 앞세워 최후의 반격을 시도했다. 

지난 27일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등 친족 5명과 함께 아무도 모르게 전세기 편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신 총괄회장은 장남의 뜻을 수용,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27일 오후 일본 롯데홀딩스에 나타나 자신을 제외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했다. 당시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으로 이사들의 이름을 가리키며 해임하라고 일본롯데홀딩스 직원들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이날 해임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는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부회장도 포함됐다. 이는 신 회장을 몰아내고 신 전 부회장이 새로운 후계자가 되려는 시도였다.

그러자 신 회장도 즉시 반격에 나섰다. 신 회장 등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은 신 총괄회장의 결정이 정식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불법이라며 거부한 뒤 이날 긴급 이사회를 개최, 신 총괄회장의 해임을 의결했다.

이로써 마지막 아군까지 사라진 신 전 부회장은 사실상 롯데그룹 경영권에서 배제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홀딩스 최대 주주인 광윤사가 신동빈 회장 편”이라며 사실상 ‘신동빈 체계’를 뒤엎기 힘듬을 강조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이날 신 총괄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것은 그를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롯데홀딩스는 향후 주주총회를 통해 신격호 회장을 명예 회장으로 추대하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신 명예회장은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의 주요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동빈 회장은 한국롯데와 일본롯데를 대표해 향후 양사의 시너지 창출과 이를 통한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명예회장은 본래 실권 없는 명예직”이라며 “그룹의 창설자에게 마지막 예우를 하려는 의미”라고 추측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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