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컨설팅 활성화로 은행·기업 상생해야" 고경홍 기업은행 컨설팅센터장

무료컨설팅 통해 中企 경영애로 해소…올 상반기 컨설팅 578건
"컨설팅 분야, 全 은행 나서야"

고경홍 기업은행 IBK컨설팅센터장(사진)은 최고 수준의 컨설턴트가 중소기업의 현실에 맞는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센터장은 컨설팅을 통해 은행과 중소기업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오현승 기자.
중소기업은 자금조달, 세무, 특허, 노무, 인사·조직, 인수합병(M&A), 해외진출 등 여러 방면에서 대기업에 견줘 경쟁력이 뒤처진다. 성장가능성은 있지만 자금, 인력, 노하우 등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궁금한 점이 많아도 마땅한 해결책을 구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큰 비용을 내면서까지 외부 컨설팅 전문업체를 찾는 건 부담이다.

기업은행 IBK컨설팅센터는 이 같은 중소기업의 고민을 해소해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한다. 중소기업 관련 다양한 경험을 보유한 직원과 노무, 법무, 세무 컨설턴트 등 80여명이 중소기업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컨설팅 비용도 전액 기업은행이 부담한다. 최근엔 통일시대를 대비, 개성공단 진출기업 또는 진출을 검토 중인 기업에 대한 컨설팅도 실시하고 있다.

14일 기업은행 을지로 본점에서 만난 고경홍 기업은행 IBK컨설팅센터장은 컨설팅을 통해 은행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다고 강력히 믿고 있다. 고 센터장은 "대기업은 각 분야별 경영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하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다"며 "IBK컨설팅센터는 중소기업 현실에 맞는 구체적이고, 세밀한 해결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실행력을 최우선으로 두는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고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IBK컨설팅센터에 대해 소개해달라.

▲지난 2003년부터 컨설팅업무를 시작했다. 인력과 제도가 완비되지 않아 외부 컨설팅사에서 소규모 인력을 파견받아 운영했다. 당시는 컨설팅 시작 단계라 중소기업의 실정에 맞는 컨설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11년 중소기업 성장을 실질적으로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컨설팅분야를 대폭 강화했다.

컨설팅 인력을 70~80여명 규모로 늘린 게 가장 큰 변화다. 이들 가운데 40여 명은 경영컨설턴트, 20여명은  세무·회계 컨설턴트다. 최근 이슈 중 하나인 탄소배출권 관련 전문가도 4명 뒀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대형 회계법인, 로펌 등 출신도 다양하다. 금융권 최대 규모일 뿐만 아니라 수준 또한 최고라 자부한다.

올해 1월부터는 ''중소기업 희망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성장단계별로 체계화한 고객맞춤형 무료 컨설팅으로, 거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희망을 현실로 이어주는 다리역할을 하자''는 권선주 행장의 경영철학을 담았다. 주로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으려는 중소기업 대표들이 컨설팅을 요청한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만큼 인기도 많다. 현재 대기기업이 200여개나 된다. 신청순번이 밀려 컨설팅 신청 후 1년가량 기다렸다가 자문을 받는 경우도 있다.

-현재 실적은 어떤가.

▲올 상반기 벌써 578건의 컨설팅 실적을 기록 중이다. 작년 한 해 동안 852건의 컨설팅을 진행한 점에 견줘 올해 목표 도달 속도가 빠르다. 이는 컨설턴트 결원 발생시 이를 조기에 채워 체계적으로 인력을 활용한 결과다. 오는 2017년까지 매년 1000개씩, 3년간 3000개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기술형 창조기업에는 횟수에 관계없이 무제한으로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컨설팅기업 중 95% 이상은 기업은행 거래 기업이다. 여러 은행과 거래하다 컨설팅 결과에 만족한다며 기업은행으로 옮겨오는 경우도 있다.

기업신용관리컨설팅을 비롯해 지난 5월부터는 통일컨설팅을 시작했다. 특히 컨설팅현장기동반 제도는 6개월가량 대기해야 컨설팅을 진행하던 것을 3일 이내로 대폭 줄인 시스템이다. 계약이나 소송과 관련한 긴급 이슈가 생기면, 다른 기업을 컨설팅 중이더라도 급하게 달려가 해결한다. 호응도가 높다.
IBK컨설팅센터에는 글로벌 컨설팅회사, 대형 회계법인, 로펌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70여명의 컨설턴트들이 근무하고 있다. 컨설팅센터는 오는 2017년까지 매해 1000개 이상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진단을 진행할 계획이다. 사진은 IBK컨설팅센터 직원들이 중소기업 컨설팅과 관련한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기업은행의 컨설팅을 통해 중소기업의 실적이 나아졌나.

▲컨설팅 받은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평균 1.5배가량 실적이 늘었다는 내부 분석 결과가 있다. 하지만 혁신에 목마른 대표이사가 컨설팅을 신청한 때문도 있어 기업은행 컨설팅만의 결과라 보기 다소 어렵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곳도 있지만, 본격적인 컨설팅은 아직 초기 단계라 실적 개선을 논하기엔 다소 이르다.

-최근 시작한 통일컨설팅에 대해 설명해달라.

▲통일컨설팅 분야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생산공정 개선, 이전가격 책정, 경영전략 및 개성공단 입주예정기업의 사업성 검토 등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이다.

지난 5월 통일컨설팅 시행 이후, 관심을 보인 여러 기업들이 거래 영업점을 통해 컨설팅을 신청했고, 전문컨설턴트와 미팅도 가졌다. 첫 사례로 개성공단에 진출해 있는 한 기업에 대해 현재 컨설팅을 4주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실제 개성공단도 방문했다. 개성공단 현지법인의 품질향상을 위한 자재관리체계 수립, 국내 모기업의 경영진단 등을 진행 중이다.

-은행의 기업 컨설팅에 대한 생각과 향후 목표는.

▲중소기업을 돕고자 무료로 컨설팅을 진행하지만, 무료라는 이유로 컨설팅 질이 낮아선 안 된다는 게 철칙이다. 컨설턴트에 따라 컨설팅 결과가 들쭉날쭉하다는 평을 받아서도 안 된다. 꾸준한 노하우를 쌓아 컨설팅 품질을 상향표준화하는 게 목표다.

은행이 예대마진으로 먹고 사는 시대가 이미 막을 내렸다는 점에서 컨설팅 분야도 충분히 사업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이 전 은행권으로 확산해야 한다. 일부 지방은행과 콜롬비아의 은행에서도 IBK컨설팅을 배우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언제든지 타행과 컨설팅 노하우를 공유할 준비가 돼 있다. 기업이 탄탄하게 성장해야 은행도 잘 되는 것 아닌가. 결국 컨설팅 시장이 활성화하는 게 은행과 기업 모두 사는 길이다. 다소 어려운 상황에 놓인 기업에 대한 컨설팅을 강화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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