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상품 정비하라①] 명칭·가격 혼란 심화

비대면 채널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 커져
다이렉트보험? 인터넷보험?…혼란으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 몫

  [편집자 주]
보험상품의 명칭과 가격에 소비자는 물론 업계도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화된 반면 채널별로 관련 용어가 정리되지 않은 것은 물론 채널에 따라 보험료도 뒤죽박죽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파이낸스는 보험 채널별로 통일되지 않은 상품명과 함께 일정하지 않은 보험료 등 정비가 필요한 보험산업의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알아본다.

보험설계사와 대면하고 가입하는 것이 아닌 전화나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통한 비대면채널 보험이 인기를 끌면서 이와 관련한 용어와 가격 요건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이렉트와 인터넷, 온라인이라는 용어 등이 혼재 사용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비대면채널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나 용어나 가격체계가 보험사들마다 제각각 달라 소비자들의 혼란이 우려된다.

손해보험사 중에서 삼성화재는 ‘다이렉트’라는 용어가 온라인 완결 상품을 의미한다. 반면 현대해상·동부화재·KB손해보험(구 LIG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은 ‘다이렉트’라는 용어가 전화를 통해 가입하는 상품을 의미한다. 다만 자동차보험은 보험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것보다 ‘다이렉트’로 가입하는 방법이 보험료가 저렴하다.

생명보험사도 용어가 혼재 사용되고 있는 것은 물론 보험료 차이가 없는 것도 있어 용어뿐만 아니라 보험료도 혼란스럽다. 일반적으로 전화와 인터넷 등 비대면채널로 가입하면 보험료가 저렴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일부 생명보험사의 경우 비대면채널이라고 해도 보험료 차이가 전혀 혹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삼성생명 홈페이지의 인터넷보험라운지를 보면, 다이렉트와 인터넷보험으로 구분된다. 이 중 다이렉트가 전화로 가입하는 보험이며, 인터넷은 소비자가 직접 온라인으로 완결할 수 있는 상품이다. 그러나 실제 가입 설계를 해보면 대면채널과 다이렉트 보험 가격이 같은 것도 있으며, 인터넷보험도 대면채널 대비 2% 저렴한 것에 불과하다.

한화생명 홈페이지의 다이렉트몰도 다이렉트보험과 인터넷보험이 구분되어 있다. 그러나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는 다이렉트보험은 대면채널과 보험료가 같다. 다만 한화생명 본사는 TM영업을 하지 않는다. 한화생명의 TM영업 자회사인 한화라이프에셋이 본사 상품을 TM 및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판매한다.

교보생명도 다이렉트 상품을 판매한다. 그러나 대면채널과 보험료가 같은 것도 있다. 다만 교보생명은 온라인 생명보험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자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교보생명에서는 인터넷보험을 판매하지 않는다.

KDB생명의 다이렉트보험은 생명보험 상위 3사와 달리 ‘온라인 완결’ 상품을 지칭하는 용어다. 전화로 가입하는 상품은 TM보험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미래에셋생명은 전화로 가입하는 상품이 없다. 대신 온라인 완결 상품을 ‘온라인 보험’이라는 용어로 판매한다.

그 외에 AIA생명과 현대라이프 등은 다이렉트보험을 판매하지만 대면채널에서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보험과 상품이 같고 보험료도 동일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0여년 전 설계사를 만나지 않고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비대면채널은 전화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화는 물론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고 가입 가능하며, 홈쇼핑과 심지어 인터넷쇼핑몰인 오픈마켓에서도 가입할 수 있다”며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는 채널은 많아졌는데 비대면채널을 지칭하는 용어는 통일되지 않아 소비자의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대면채널 용어가 혼재 사용되고 있어 명칭만 보고 전화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상품인지, 소비자가 직접 설계·완결이 되는 상품인지 구별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며 “이는 소비자에게 혼란을 일으켜 더 적은 사업비를 지출하고도 보험료를 비슷하게 받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전화, 온라인완결, 홈쇼핑, 오픈마켓 등 비대면 판매채널에 따라 용어를 달리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판매채널에 따라 발생하는 사업비도 다르기 때문에 보험상품의 가격도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장희 금융감독원 보험업무팀장은 “영업 채널의 이름을 통일시키면 보험사가 금융당국이 정한 영업 틀 안에 들어와야 하는 것으로 해석돼 영업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통계적으로 분류되는 유통채널 개념보단 유통채널에 따른 가격경쟁력 등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이렉트보험은 지난 2001년 AXA손해보험이 교보자동차보험 시장에 진출, 전화로 가입하는 비대면채널을 신설하면서 생긴 용어다.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은 출범 3년 만에 20배 이상 성장했다. 경쟁 손보사들은 속속 전화 가입 채널에 ‘다이렉트’라는 명칭을 붙여 진출했다.

이후 삼성화재는 2009년 보험업계 최초로 전화 통화를 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완결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 그 당시 비대면채널의 대표 용어였던 ‘다이렉트’라는 명칭을 쓰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다이렉트’는 설계사를 거치지 않고 통신이나 IT기기를 활용해 가입하는 비대면채널을 상징하는 용어가 됐다.

그러나 IT기기의 발달로 현재는 전화는 물론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다이렉트’라는 용어와 함께 인터넷, 온라인 등의 용어가 혼재 사용되고 있다.

김승동 기자 01087094891@segyefn.com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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