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파국] 향후 협상은 어떻게 될까

그리스 국민이 유로존 탈퇴 가능성에도 채권단의 긴축을 거부해 그리스의 미래가 안갯속으로 접어들었다.

그리스가 5일(현지시간) 실시한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협상이 재개될 경우 유로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향후 방향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의 제안을 거부한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채무 재조정을 담지 않은 채권단의 협상안은 테이블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 유로존 대응 분주…정상회의·유로그룹 회의 잇달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그리스 국민투표 부결 이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단 유럽연합(EU) 집행위는 5일 실시된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채권단 제안이 부결된 것으로 전해진 후 그리스 국민의 의사가 표출된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전화통화에서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또한 양국 정상은 그리스 국민투표 이후의 유로존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유로존 긴급 정상회의를 7일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7일 오후 6시(현지시간) 유로존 정상회의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가 이 회의에 참석해 다른 18개 회원국 정상들과 협상 재개 또는 합의를 이뤄낼지 아니면 협상 파트너로서 자격을 잃을지 등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의에서 채권단이 그리스 정부와 협상을 거부하기로 결정한다면 그리스는 지난달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기술적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낸 것에 이어 오는 20일 ECB 부채도 갚지 못하는 실질적 디폴트로 파국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 당장 시급한 부분은… ECB, 긴급유동성지원 여부

그리스 정부는 국민투표가 끝나고 반대로 확정되자 유럽중앙은행(ECB)에 ''긴급유동성지원''(ELA) 증액을 요청했다. ECB는 정치적 결정을 하기보다 6일 양대 채권국의 정상 회동 등의 결과에 따라 그리스에 자금을 긴급 수혈할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시중은행들이 확보한 유동성은 10억 유로 수준으로 예정대로 7일부터 은행 영업을 재개하려면 ELA를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ECB가 한도를 증액하지 않으면 오는 20일 ECB 채무불이행으로 실질적 디폴트에 처하는 것은 물론 그리스 시중은행들도 부도를 맞게 된다.

ECB가 6일 회의에서 뚜렷한 방향을 잡지 않고 7일 유로존 정상회의 등을 지켜본 이후에 다시 ELA를 논의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ECB가 ELA를 증액한다면 그리스는 현 시리자 정부 또는 새로 구성된 거국 내각 등과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체결해 유로존에 남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하지만 ECB가 자금을 지원하지 않으면 그리스 중앙은행은 차용증이 ''IOU'' 발행하고 그렉시트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 다만 독일 재무장관은 그리스가 당분간 유로화를 갖지 않아도 유로존 회원국으로 있을 수 있다고 밝혀 차용증서인 ''IOU''를 발행하고 3차 구제금융 협상을 계속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의 IOU 발행을 통한 국내 결제는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외 지급결제 등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IOU 가치하락 등이 예상됨에 따라 자국통화 도입 이외의 수단은 중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

그렉시트는 유로존의 신뢰도 깨뜨리고 경제적 손실도 상당하기 때문에 반대 결정에 따른 3차 구제금융 타결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스페인 일간 엘문도와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붕괴됐을 때 1조 유로의 손실이 있을 것"이라며 "채권단이 그렇게 되기까지 내버려둘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 협상 재개 땐 IMF ''헤어컷'' 보고서 최대 쟁점 될듯

협상이 재개된다면 국제통화기금(IMF)이 채무탕감(헤어컷) 필요성을 인정한 보고서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국민들이 채권단의 제안을 거부했기 때문에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가 줄기차게 요구한 채무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시인한 IMF 보고서가 협상의 기본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IMF는 지난달 26일자로 작성한 ''부채 지속가능성 분석 예비안''에 그리스 정부부채가 지속 가능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헤어컷도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협상 鄕ㅏ【?IMF가 공식 문서에서 헤어컷을 명시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그리스 정부의 협상력을 높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투표 결과가 확정되자 거듭 IMF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이번에는 협상 테이블에 부채 문제를 올릴 것"이라며 채무 재조정을 요구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시 인플레이션 우려

그리스가 채무탕감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겠지만 20일 유럽중앙은행(ECB)의 채무 만기가 다가오면 유로존 탈퇴는 불가피하다.

그리스 경제는 유로화 대신 옛 화폐인 드라크마화, 또는 새로운 화폐를 도입하는 순간부터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드라크마화 도입 초기에 화폐 가치 급락해 극심한 물가 상승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 50%까지 통화 가치가 평가 절하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마켓 모굴 등 일부 외신들은 유로/드라크마 환율이 드라크마 당 0.001 유로에 달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렉시트 시 드라크마화가 폭락해 물가 상승률이 35%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새 그리스 화폐의 가치 하락으로 그리스 인들의 생활수준이 떨어질 것이며, 그간의 채무를 유로화로 갚을 경우 화폐 가치 하락 현상은 심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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