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조 봇물…증시로 쏠리는 눈길

철강·건설·기계·자동차 등 수혜 볼까?
은행·손보·유통 등도 '주목'

정부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가뭄 등 탓에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22조원의 돈다발을 풀기로 하면서 자본시장은 벌써부터 들썩거리는 분위기다.

특히 철강, 건설, 기계, 자동차업종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은행, 손해보험, 유통업종 등도 주목을 받고 있다. 

5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규모 추가경정정예산안이 의결됐다.

우선 정부는 세입 추경 5조6000억원과 6조2000억원의 세출 확대 등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실시할 예정이다.

더불어 기금 지출 증액 3조1000억원, 공공기관 자체투자와 민자부분 선투자 확대 2조3000억원, 신용보증, 기술보증, 무역보험 및 수출여신 확대 등 금융성 지원 4조5000억원도 시행된다. 이를 모두 합친 올해 전체 재정 보강 규모는 총 21조7000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데에는 연초부터 악재가 겹쳐 이대로는 올해도 2%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염려가 컸다. 중국 경기 부진으로 수출이 심상치 않은 데다 메르스로 인한 내수 부진까지 지속되고 있다. 소비가물가 상승률은 7개월 연속 0%대에 머물러 디플레이션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이미 한국은행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대대적인 재정 투입까지 더해지면서 자본시장에는 상당한 자금이 유입될 전망이다.

와이즈에프엔과 하나대투증권은 과거 기준금리 인하와 추경이 동시에 실행됐던 시기에 수익률이 높았던 업종으로 철강, 건설, 기계, 자동차, 부품, 유통 등을 꼽았다.

기준금리 인하와 추경이 동반 실행된 시기는 각각 2004년 7∼9월, 2009년 3∼5월, 2013년 7∼9월이다. 해당 기간의 코스피 수익률은 6.3%와 31.3% 및 7.2%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중 철강(17.3%, 37.8%, 10.9%), 건설(23.7%, 45.2%, 12.1%), 기계(14.1%, 40.6%, 11.7%), 자동차 및 부품(13.1%, 49%, 8.6%), 소매 및 유통(10.8%, 35.4%, 9.2%) 등의 업종이 코스피 수익률을 웃돌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추경을 발표하면서 경기 부양효과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셀?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에서도 추경 이후 단기적으로 투자심리가 확실하게 회복되고, 외국인 매수세가 쏠리는 형상이 나타난다"며 "특히 대형주의 수익률이 대체로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업종별로는 손해보험, 은행, 유통 등의 주식 수익률이 돋보였다"며 "그밖에 자동차와 부품, 반도체와 반도체장비, 건설, 철강, 화학 등도 좋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주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로의 부동자금 유입이 지속되면서 실질고객 예탁금이 연초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지난달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추경예산 편성 등 정부의 정책공조 효과가 증시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추가 재정 투입의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이번 재정보강 대책을 통해 올해 0.3%포인트에 달하는 성장률 제고 효과를 기대 중이지만, 실질적인 성장률 제고 효과는 0.2%포인트 이하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지형 HMC투자증권의 연구원은 "위축된 소비심리를 완화하기 위한 소비진작책이 빠져 있어 하반기 추경 편성의 경기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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