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나가야 산다⑤] 금융당국이 나서서 해외 진출 도와야

전문성부족·짧은 CEO 임기·리스크 감수의 어려움 등으로 해외진출 어려워

 “해외시장의 전문성이 극도로 부족하다. 그런데도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해외시장 전문 인력에 장기투자할 수 있는 구조가 되지 못한다. 성과를 단기에 내야 한다는 압력 때문이다.”

금융업이 해외진출을 못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대형 금융사 CEO가 단도직입적으로 한 말이다. 그는 성과를 단기적으로 평가하는 구조적인 모순점 때문에 해외진출이 극도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규제철폐를 넘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금융산업은 해외로 진출하지 않는 이상 부가가치가 발생하지 않는다. 국내에 머무는 이상 제로섬게임이다. 그런데 금융의 토양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가 저성장·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산업이라는 나무가 토양에만 의지해 성장할 수가 없는 구조가 된 것. 결국 해외진출이라는 태양 에너지를 흡수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규제라는 먹구름이 너무 견조했다. 결국 가지가 위로 성장하지 못하고 뿌리만 옆으로 뻗어가고 있는 것이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산업의 나무는 자신만의 영역을 넘어 다른 금융업종의 영역에서 에너지를 얻으려 한다.

작금의 금융업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촘촘하게 심어 놓은 나무와 같은 모습이다. 규제를 철폐하지 않으면 국내에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금융업은 서로 산업 영역을 확장하다가 모두 고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최근에는 규제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활발히 하는 금융사는 별로 없다. 또 해외진출을 했다고 해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 

◇해외진출을 막는 3요소


해외진출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3가지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전문성부족과 CEO의 짧은 임기. 그리고 단기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전문성 부족은 해외파견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에서 수익을 내려면 현지 시장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여기에 주요 기관과 인맥도 필요하다. 시장을 파악하고 인맥을 쌓으려면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해외 지점에 파견을 보내면 자녀들 영어공부 시키고 오는 정도의 분위기”라며 “최소 5년 이상 장기파견을 보내거나 아예 해외 상주할 수 있는 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권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비즈니스로 서로 신뢰가 쌓이고 인맥이 되려면 최소 5년은 있어야 한다”며 “이런 기간을 버텨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CEO의 짧은 임기다. 파견 인력이 5년 이상 현지 시장을 파악하고 인맥을 쌓아야 하는데 금융권 CEO 임기는 대부분 이보다 짧다. 결국 임기 내에 성과를 도출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 파견을 보내지 못한다.

CEO가 바뀌면 해외 파견 인력도 바뀐다. 결국 비용만 반복적으로 쏟아 붙는 결과다. 현지 시장 파악은 물론 인맥도 다시 쌓아야 한다.

세 번째는 실패 리스크를 감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인력이나 시장보다 통제력이 약하다.

증권사 한 CEO는 “현지 시장의 강소 금융사를 매수하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실천하지 않았다. 금융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사람의 힘이 중요한데, 현지 시장의 전문 인력이 투자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없었다”며 “만약 현지 금융사 인력이 최선을 다해주지 않으면 고액에 금융사 브랜드만 구입한 셈이 된다. 리스크가 너무 컸다”고 말했다.

규제가 조금씩 걷힌다고 해도 해외진출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결론이다. 결국 금융당국은 규제철폐를 넘어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문을 열어야 한다. 하나는 현지시장의 금융당국의 문이다. 이 문을 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문도 열어야 한다”며 “현재 규제를 많이 없애고 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각 금융사가 현지 금융당국과 협의하는 것보다 국가 차원에서 금융당국끼리 규제를 없애려 노력한다면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동 기자 01087094891@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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