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위기 오나?…월가 시각은 엇갈려

국제 유가 하락과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러시아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국제 금융계는 러시아의 경제위기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금리인상, 은행자본 확충 등 비상수단을 동원한 데 따라 루블화의 추락은 잠시 멈춘 것처럼 보이나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러시아의 타스(TASS) 통신은 러시아 내 2위 항공사인 트란스아에로(Transaero)가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빚 부담을 견디지 못해 정부와 채권단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항공사는 지난달 말까지 로즈네프트와 가즈프롬 등 항공 연료 공급업체에 지급해야 할 6070만 달러의 빚을 갚지 못했다. 이달 들어서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이 회사는 ''새해가 시작하기 전에 영업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라며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교통부는 트란스아에로가 러시아 민간항공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온 점 때문에 운항 취소 사태를 막으려고 자금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트란스아에로의 상황이 악화한 것은 루블화의 가치 하락 때문이었다. 100여 대의 비행기 임대료를 달러로 내는 상황에서 루블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실제로 지급하는 임대료의 부담은 급증했다.

루블화의 가치 하락은 트란스아에로처럼 경영난이 가중될 기업들을 증가시킬 수 있다. 실제로 루블화의 가치는 이달 들어서만 27%, 올해 들어서 80%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1년새 빚 부담이 80%나 커졌다.

이에 따라 러시아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를 포함한 국제 금융계는 러시아 금융위기 가능성과 관련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스위스의 금융그룹인 UBS는 러시아의 금리인상이 단기적으로 러시아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지만, 러시아 금융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유가가 진정되면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을 권했다.

러시아의 대외부채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위기 가능성을 작게 보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로 러시아의 외화보유액은 4000억 달러를 넘는 데 비해 1년 내에 갚아야 할 대외부채는 1000억 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바클레이즈는 제한적인 자본통제를 포함한 추가조치가 나와야만 시장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며, 크레디 스위스도 러시아 주식에 대한 투자 축소를 권고하고 있다. 또 은행이나 기업의 외화 차입규모가 6000억 달러를 넘는다는 점도 불안한 요인이다.

외국에 갚아야 할 빚이 많은 상황에서 러시아 경제성장이 지속적으로 부진하거나 유가가 추가 하락하면 외화부채 상환에 어려움이 발생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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