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장 되는 게 꿈"…좁은 은행 지점장 관문

점포는 줄어드는데 인사적체 '심각'

"설마 신입행원 때 아무것도 모르고 한 말이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한 시중은행의 부지점장 A씨가 고개를 휘휘 저으며 한 말이다. 그는 신입행원 시절 "꿈이 뭐냐"고 묻는 선배의 질문에 "지점장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답했었다.  

당시 A씨는 선배에게 야단맞았었다. "지점장은 은행 계속 다니면, 자동으로 되는 거다. 그런 게 무슨 꿈이냐"는 이유다.

그러나 그때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지금, 정말로 은행 지점장은 직원들에게 ''꿈''이 됐다. A씨는 오늘도 4명의 동료 부지점장과 함께 하나뿐인 지점장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부지점장 및 팀장급 인력이 4800명으로 계장 및 대리급 4100명보다 훨씬 많다. 전형적인 ''역삼각형'' 인력구조다.

우리은행도 전체 인력 가운데 부장 및 지점장급 간부 비중이 22.2%(3314명), 과장 및 차장급 책임자 비중이 31.9%(4757명) 등 책임자 이상 비중이 높은 편이다.

외환은행 역시 행원급 비중이 전체 인력이 27.6%(1402명)에 불과한데 반해 책임자급 직원 비중 56.4%(2872명)로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면 하나은행은 행원급 인력 비중이 52.3%(3998명)로 꽤 높은 편이다. 신한은행 역시 행원 45%(6026명), 과장 및 차장급 책임자 34%(4557명), 관리자 이상 간부급 21%(2813명) 등 피라미드형 인력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각 시중은행들의 간부급 및 책임자급 인력 비중이 너무 높아서 인사적체가 심각한 가운데 비대면채널의 발달로 점포 수는 반대로 감소하고 있어 지점장 되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이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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