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의 변화와 혁신③]검사·감독 관행 쇄신해야

불신에 찬 검사·감독 관행…금융사 '불편'
"의심부터 하기보다 믿어주길 바란다"

진웅섭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감독의 틀을 ''불신의 기조''에서 ''상호신뢰의 기조''의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간 금감원의 검사 및 감독이 금융사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해온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금융권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의심받는 자의 불편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눈길을 떼면, 이익을 위해 편법이나 탈법을 얼마든지 쓸 회사''라고 바라보는 금감원의 시선이 몹시 불편하다"고 하소연했다.

일례로 "금감원이 금융사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란 지적이 많다. 현재 은행들은 대출자의 신용등급에 맞춰 각 여신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다. 처음에 신용이 좋은 기업이더라도 후에 경영 악화 등으로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해당 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이 올라간다.

그런데 금감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각 기업에 제공하는 대출한도와 관련해 아직 발생하지 않은 여신도 미리 대비하는 대손준비금을 적립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A라는 기업에 은행이 제공한 대출한도가 1조라고 가정할 경우 A기업이 과거에 주로 대출한도의 70%까지 사용했다면, 현재 여신이 4000억뿐이라더라도 4000억에 대한 대손충당금 외에 3000억에 대한 대손준비금도 쌓아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은행의 대손준비금 설정비율까지 간섭하고 나섰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각 기업의 신용등급에 따라 대손준비금을 적립하는 비율은 그간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했다"며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 금감원이 신용등급별 적립비율을 정해주고, 그에 따를 것을 지도해 할 수 없이 금감원 비율대로 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손충당금이 적을수록 은행의 이익이 많이 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은행도 건전성에 대해 늘 걱정한다. 금감원이 신경 쓰지 않으면 건전성을 무시할 것처럼 대하는 것은 솔직히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사의 영업에 대해서도 금감원의 ''불신''은 뚜렷하다. 

금감원은 은행이 대출을 기화로 ''구속성행위(꺾기)''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출 실행일 기준으로 1개월 전 및 1개월 후까지 해당 고객 명의의 예금, 펀드, 방카슈랑스계약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고객이 불편을 겪는 경우도 많다. 시중은행 직원 A씨는 "일주일 전 대출을 받은 고객이 다시 펀드나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 찾아왔을 때, 왜 안 되는지 설명하느라 곤욕을 겪은 적이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정기예금에 가입한 고객이 며칠 후에 다시 대출을 받으러 왔다가 금감원의 제한 때문에 대출 실행이 안돼서 발을 동동 구른 고객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고객들에게 아주 세세하게, 또한 여러 차례에 걸쳐 동의를 징구하게 한다"며 "그러나 별로 효과는 없는 가운데 고객 불편만 야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사들은 보통 금감원을 ‘상부 기관’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상부''가 날 믿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누구나 힘들어하기 마련이다.

◆''소통''으로 ''신뢰'' 구축해야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진 원장에게 기대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진 원장은 "상호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금융사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고 촉진하고 시장과의 ''소통''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불투명하고 자의적인 구두지도, 법규에 저촉되지 않는 사소한 사항에 대한 책임 추궁 등을 지양하고, 금융사를 ''감독 대상''이 아닌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파트너''로 바라보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바로 우리가 하고 싶었던 말"이라고 환영하면서 "신뢰 형성을 위해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장에서는 오히려 법규보다 금감원의 구두지도가 더 무섭다는 말도 자주 나온다"며 "구두지도는 결국 담당 직원의 자의적인 부분이다 보니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변화가 심해서 맞춰가기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다만 진 원장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저해하는 중요한 문제 발생 시에는 확실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부분은 금융권도 ''거부감''이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검사와 감독은 당연히 엄격하게 이뤄지는 것이 맞다"며 "단지 ''불신''만 고치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자의적인 구두지도 최소화와 함께 특히 검사 및 감독관행이 ''네거티브''로 바뀌길 원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괄적인 검사나 감독보다 대체적인 부분은 우리를 믿어주고, 해서는 안되는 부분만 열거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열거해주면, 훨씬 대응하기 편할 것 같다"고 전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