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회장의 결단…갈 길은 '구만리'

인수자금 마련은 어떻게?…IMM·어피니티 참여 '유력'
유효경쟁 불성립 '위험'도
우리은행·여론 거부감 넘어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재무적투자자(FI)도 이미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유효경쟁 불성립 위험, 우리은행과 여론의 거부감 등이 우려되고 있다.

◆FI로 IMM·어피니티 참여 ''유력''

교보생명은 18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우리은행 경영권지분(30%) 입찰 참여를 위한 가격범위 등 가이드라인을 결정했다. 다만 최종 결정은 경영위원회에 위임했다.

신 회장은 예전부터 우리은행 인수 의지가 컸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신 회장은 오래 전부터 은행업 진출을 꿈꿔왔다"며 "우리은행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전에도 우리은행 인수를 계획했다가 유효경쟁 불성립으로 실패한 바 있다.

현재 교보생명의 자금동원력은 1조원 수준이라 총액 3조원 가량이 예상되는 우리은행 경영권지분 입찰 참여에는 크게 부족한 상태다. 따라서 FI를 끌어들여 협력해야 하는데, 한때 "한국투자금융지주가 FI로 참여한다"는 설이 돌았지만, 한국투자지주 측은 "그런 계획이 아예 없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신 회장에게는 아직 교보생명의 대주주인 사모투자펀드(PEF)들이 있다. 특히 그 중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참가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MM PE와 어피니티는 교보생명의 대주주 중에서도 특히 신 회장과의 관계가 각별하다"며 "이들은 또 은행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IMM PE는 이미 과거에도 교보생명과 파트너쉽을 맺고 우리은행 인수전에 참여한 바 있다. 자금동원력도 상당해서 5000억~1조원 정도는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MM PE뿐 아니라 홍콩계 자본인 어피니티의 자금력도 우수하다"며 "중국과 미국 등지에도 인맥이 있어 1조원 가량의 자금을동원할 수 있다"고 전杉?

그는 이어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의 MOU만 풀리면, 배당을 크게 늘릴 수 있고, 이에 따라 우리은행 주가도 오름세를 탈 것”이라며 "PEF 입장에서 우리은행은 큰 ''베팅''을 감수할 만큼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자체자금 및 IMM PE와 어피니티 등을 통해 2조5000억원 이상을 마련하고, 나머지 돈은 필요금액에 따라 새로운 FI들을 참여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인수까지 ''첩첩산중''

다만 자금이 모인다 해도 우리은행 인수까지는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우선 또 다시 유효경쟁이 불성립될 위험이 있다. 중국안방보험 등이 교보생명 입찰에 뛰어든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풍문일 뿐이다. 예보 관계자는 "아직까지 경영권 입찰에 참여한 회사는 한 군데도 없다"고 말했다.

증권시장 관계자는 "유효경쟁 성립을 위해 사모투자펀드 한 곳이 입찰에 참여했다가 뒤로 물러선 뒤 교보생명과 파트너쉽을 이룰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 경우 ''담합 이슈''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담합은 공정거래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어찌어찌 유효경쟁이 성립된다고 해도 우리은행 측과 여론의 반발이 문제다.

우리은행 노동조합은 벌써부터 "은행 경영의 경험도 없는 제2금융권 회사가 은행을 인수한다는 것은 초등학생에게 대입시험 문제를 풀 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노골적인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도 "보험사가 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며 "우리은행의 경영에 악영향을 끼칠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여론도 문제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지분의 33.8%를 가진 대주주이므로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가져갈 경우 사사 최초로 ''오너''를 가진 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이에 대해 금융권의 시각은 매우 좋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공적인 성격을 감안할 때, ''오너''의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인수를 허용할 거라면, 그간 삼성그룹의 은행 인수를 강하게 막아온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을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오너''가 은행을 지배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연내 경영권지분 매각을 포기하고, 내년으로 넘길 것이라는 시각이 힘을 받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우리은행 외 자회사들의 민영화가 완료된 데다 우리은행 소수지분까지 무사히 매각되면, 공자위 입장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공적자금 회수에 성공했다고 만족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공자위가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오너''에게 은행을 넘기는 무리수를 감행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도 일단 추이를 지켜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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