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종료 이후 우려되는 '부작용-후폭풍'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국내 금리 상승 압박
달러 강세-엔화 약세 지속 영향 수출기업에 큰 부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년여를 끌어온 양적완화(QE) 종료가 예상된 내용이었던 만큼 국내 외환·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국내 제조업을 비롯,  수출 의존도가 한국경제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시차가 있겠지만 한국의 금리도 오를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당장 저금리에 빚을 한껏 늘린 가계는 이자 부담이 늘면서 극한 상황에 처할 우려도 높다.

특히 걱정이 되는 대목은 국제금융시장 변동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30일 오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유로존ㆍ중국 등의 경기회복세 둔화, 엔저 등으로 대외여건도 더욱 어려워지는 가운데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종료 등으로 선진국간 통화정책이 차별화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가능성이 확대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금리인상(내년 6월 전망)→원리
금 재투자정책 중단(내년 말/2016년 초 전망)→보유증권 만기보유의 순으로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경기가 한층 호전돼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기축통화인 달러 강세는 한층 더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FOMC의 입장과 최근 시장 상황을 두루 반영하면 전 세계적인달러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시화

국제 금융시장은 예고돼온 사안임에도 내심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미국의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타고 달러화는 강세를 띠었으며 신흥국 펀드 자금은 지난 9월 중반 이후 자금이 유출됐다. 

출구전략의 가공할 위력은 지난해 5월 벤 버냉키 당시 의장이 양적완화 종료를 처음 시사한 이후 신흥국의 상황을 되돌아보면 알 수 있다. 

버냉키의 발언 이후 한달간 한국 주가는 8.6% 하락했다. 주가 하락률은 브라질(-16.7%), 필리핀(-16.3%), 러시아(-14.5%) 등에 비해 오히려 작은 편이었다.

충격은 경제상황이 취약한 국가일수록 컸다. 시장 심리가 불안해지면 단기외채가 많거나 외환보유고가 충분하지 않은 신흥시장의 통화 가치가 크게 움직였다. 

올해초만 해도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취약 국가로 터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5개국을 일컫는 프래자일 5(Fragile 5)에 헝가리, 칠레, 폴란드를 추가한 E8(edge 8·벼랑 끝 8개국) 명단까지 거론됐다. 

이에 따라 미국도 이런 점에 주의해 출구전략을 점진적으로 예측가능한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정책금리 인상과 관련, "(연준 관계자의 여러 발언을 종합해보면) 금리 인상이 급속히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최근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양적완화 종료 선언에 따라 미국의 금리 인상 전에라도 취약한 부문에는 미리 충격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금융센터는 ''美 QE 종료후 국제금융시장 영향 사전 점검'' 보고서에서 중국, 브라질 등 해외 채권발행이 급증한 신흥국의 회사채,  글로벌 하이일드채, 호주·홍콩 등의 적정가격 논란이 지속돼온 부동산을 지목하면서 자산가격의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양적완화로 풀린 유동성의 혜택을 본 자산은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자산가격 조정 등 되돌림 현상이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 국내 외국자본 유출 우려

자본유출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주열 총재는 "내외 금리차가 줄어들고 환율에 대한 시장 예상이 원화 약세 쪽으로 바뀐다면 분명히 자본유출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긴장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여러차례 한 바 있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의 정책금리가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인상되거나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가 크게 바뀌면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전 세계 금융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소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또 일부 신흥국이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정책금리를 올리면 경기 위축→글로벌 교역 축소를 통해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본 유출 가능성이 제한적이고 당장 금융시장 충격이 크지 않더라도 다른 신흥국이 자본 유출→통화가치 절하 및 금리 상승→실물경제 위축 등 과정을 거치면서 경제가 침체되면 한국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받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이 ‘상당기간''(for a considerable time) 제로 수준의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금융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급격한 자본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연준의 이번 결정은 시장에서 예상했던 대로"라며 "예상대로 결정이 나온 만큼 한국 경제에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부장은 "다른 신흥시장국 중 자국 경제의 기반이 취약한 곳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한국은 이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으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가 일부 취약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면밀히 점검하기로 했다. 아울러 새로운 시장상황 변화를 반영한 컨틴전시 플랜을 보완·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 주식-채권 하락, 달러값 상승 ''전형적인 반응''

양적완화 종료 공식 선언 이후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주식과 채권가격이 떨어지는 반면 달러값은 올라가는 전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선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하락 압력을 계속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국면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일대비 0.18% 하락한 1만6974.3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전일대비 0.14% 내린 1982.30, 나스닥 종합지수는 0.33% 하락한 4549.23으로 장을 마감했다.

채권가격 하락과 달러가치 상승은 추세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레넌 스위팅 US포렉스 딜러는 "노동시장에 대한 연준 평가를 근거로 할 때 내년 상반기에도 첫 금리 인상이 나올 수 있다"며 "일단 시장은 성명서를 달러 강세로 반응했고, 이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 같다"고 점쳤다.

빌 어빙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정부모기지팀 대표도 "국채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을 조금 앞당겨 보고 있다"며 채권시장에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 원유-금시장 담담한 반응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9일(현지시간)마감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전날보다 78센트 오른 배럴당 82.20달러에 장을 마쳤다.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거래된 브렌트유 역시 전날보다 1.11달러(1.29%) 오른 배럴당 87.14달러에 머물렀다. 두가지 유종모두 지난 6월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나타냈으나 이날은 반등세를 보였다.

금값은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12월물 금 가격은 전날보다 4.5달러 떨어진 31.1g당 1224.9달러에 마감했다.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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