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하나-외환銀, 연내 출범하나…노조협상 '관건'

29일 이사회 합병결의…존속법인은 외환銀
당국에 통합승인 신청계획…60일가량 소요
금융위, 외환-하나SK카드 합병 예비인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29일 이사회를 각각 개최하고 양행 간 합병계약을 체결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왼쪽)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오른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하나금융지주
전날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사측과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데 이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합병계약마저 성사되면서 통합 하나·외환은행이 연내에 출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그동안 줄곧 ‘연내 통합’을 강조해왔다. 다만 외환은행 노조가 협의에 임하겠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조기통합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 노사 협상  문제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통합을 위한 이사회 결의를 마쳤다. 존속법인은 한국외환은행으로 결정했으며, 합병비율은 하나은행 보통주 1주당 외환은행 보통주 약 2.97주로 정했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이날 오전 각각 이사회를 개최하고 조기통합을 의결한 데 이어 곧바로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를 거쳐 두 은행 간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통합은행명은 합병계약서에 따라 설립되는 통합추진위원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금융권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합병 배경을 설명했다.

두 은행 이사회는 국내 은행산업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은 경제성장에 따라 저성장과 저마진 환경 속에서 수익성 악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이에 잠재적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그룹의 지속적인 발전과 성공적인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통합을 결의하게 됐다.

앞서 그룹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은 지난 8월 양행 통합 선언문 발표 이후 양행 임직원들에게 조기통합에 대한 공감을 얻고 외환은행 노조와 조기통합에 대한 성실한 협의를 다하고자 두 차례에 걸쳐 통합 이사회를 연기한 바 있다.

이사회 의결과 계약 체결에 따라 하나금융은 조만간 금융당국에 통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통합 승인에 걸리는 기간이 통상 60일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김정태 회장이 강조해온 ‘연내 통합’이 이뤄질 수도 있다.

꽉 막혀 있던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 간 대화의 ''물꼬''도 트이는 분위기여서 그간 노사 양측이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우며 평행선을 달리던 강경한 모습도 사뭇 달라진 상황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사측이 지난 27일 조합원 900명에 대한 징계안건을 38명 징계로 대폭 축소하자 그 다음날인 28일 조기통합 관련 노사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전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기통합을 포함한 폭넓은 의제의 대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2.17 노사정 합의서''를 기반으로 하되 그걸 뛰어넘어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이라면, 얼마든지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는 결코 대화를 거부한 적이 없다"며 "일방적인 조기통합 통보, 대규모 징계 등 사측이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대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기통합을 포함한 폭넓은 의제의 대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외환은행
이처럼 노조가 열린 태도를 보이면서 "조기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조기통합과 관련해서는 어떤 논의도 할 수 없다"는 자세를 견지해왔다. 게다가 금융위원회가 "노조와 합의 없이는 조기통합을 승인할 수 愎?quot;는 의견을 표명하면서 조기통합의 큰 걸림돌로 작용했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하나금융지주가 성의 있는 태도가 보인다면, ''징계 철회'' 등 선결조건 없이도 만나겠다"고 전해 이른 시일 내에 김정태 회장과의 대화도 성사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런 노조의 태도 변화에 대해 흐름상 등 떠밀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사측의 징계 강행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추측했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도 "직원 보호가 노조의 최대 책무란 점에서 38명 징계 강행은 노조에게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초 징계범위보다 대폭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외환은행은 지난 27일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 인사위원회를 열어 ''불법 집회'' 사유로 정직 3명, 감봉 14명, 견책 21명 등 총 38명의 징계를 확정했다. 또 약 870명을 경고 처분했다.

사측은 지난달 3일 열린 ‘조합원 총회’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약 9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중징계를 추진한 바 있다.

합병계약마저 마무리된 하나은행과 외화은행의 조기통합의 마지막 완성은 노조가 사측으로부터 어떤 조건을 약속받을 것인지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조기통합 반대를 끈질기게 투쟁해온 노조에게도 물러설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아직까지 "조기통합은 반대다"면서 "설문조사에서도 나왔듯이 외환은행 직원 대부분이 조기통합을 반대하고 있다"며 조기통합 부분만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또 "사측이 조기통합 강행을 위해 직원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부당한 압력의 예로 ▲행내 인트라넷을 통한 사실상의 기명 설문조사 ▲행내 인트라넷 댓글 강요 ▲조합원 총회 참석 방해 등을 들었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오후 제19차 정례회의를 통해 외환카드와 하나SK카드의 합병을 예비 인가했다.

이번 합병은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하나금융그룹 내 카드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며, 외환카드가 하나SK카드를 흡수 합병하게 된다. 외환카드와 하나SK카드는 다음달 30일 합병해 ‘하나카드’(가칭)로 출범할 예정이다.

박일경, 김슬기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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