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시대 저무나…4개 지주사 해체수순

씨티·우리·산은·SC금융지주 '역사 속으로'…KB도 회장·행장 겸임

국내 금융지주회사 체제 시대가 저물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에 금융지주사들이 인수합병(M&A)과 수익 다각화 등에서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사는 KB, 우리, 신한, 하나, 씨티, SC, 농협, 산은금융지주 등 시중은행 계열 8곳과 BS(부산), JB(전북), DGB(대구은행)금융지주 등 지방은행 계열 3곳 그리고 메리츠,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증권사 계열 2곳 등 모두 13곳이다.

이 가운데 씨티, 우리, 산은, SC금융지주 등 4곳이 이번 달부터 금융지주사 체제를 해체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씨티금융지주와 씨티은행은 이달 31일 합병한다. 합병은 은행을 존속시키고 지주회사를 소멸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씨티은행의 순이익이 지난 2011년 4567억원에서 지난해 2191억원으로 크게 줄어드는 등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유명무실한 금융지주사를 해체해 비용을 최대한 아끼겠다는 복안이 깔려있다.

다음 달 17일에는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이 합병한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지주가 사라지고,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은 우리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이는 우리은행의 매각 추진에 따른 자연스러운 그룹 해체이다.

산은금융지주는 내년 1월1일자로 해체된다. 산은지주와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에 합병돼 사라지며, KDB생명 등 나머지 계열사는 산업은행 밑에 자회사로 들어간다.

이는 강만수 전 산은지주 회장 때 야심차게 추진했던 소매금융 강화를 통한 다각화 전략을 포기하고, 산은 본연의 역할인 정책금융에 전념하겠다는 뜻이다. 개인 대상 인터넷 상품인 다이렉트 예금도 내년에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SC금융지주는 합병을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6월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을 일본계 금융사인 J트러스트에 매각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달 SC펀드서비스를 은행에 합병해 SC증권만 계열사로 남아있다. 조만간 은행과 지주사 간 합병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사들이 수익 다각화에 신경 쓰기보다는 그룹의 주력인 은행 경영에 집중하고자 하는 전략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국민은행장을 겸임키로 한 데는 국민은행의 경영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내정자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에게 “영업력 저하, 국민과 주택은행 출신 간 갈등 등 내재된 문제점을 시급히 개선해야만 국민은행의 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며 본인이 직접 은행 경영을 맡아 정상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은행이 금융그룹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무의미한 지주사 회장 역할에 매달리기보다는 은행 경영에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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