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구조조정 가속도…김준기 회장, 경영권 포기

채권단, 24일부터 신규자금 6000억中 일부 지원
2018년말까지 상환유예…채권행사도 내달 6일로
동부제철, '관리단·평가委·경영진추천委' 운용합의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동부금융센터. 사진=동부그룹
채권단이 동부제철과 ‘경영정상화계획 이행 약정’(MOU)을 맺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특히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동부제철 대표이사를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동부제철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경영권을 두고 채권단과 더 이상 갈등을 빚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제철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23일 “동부제철 경영정상화계획 이행 약정을 22일자로 체결했다”며 “약정 내용은 이달 2일 가결된 경영정상화 방안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정상화 방안에는 신규자금 약 6000억원 투입과 채무상환 유예, 53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등 기업회생 대책이 담겨있다. 하지만 김준기 회장 등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에 대한 100대 1 차등 무상감자안으로 인해 김 회장의 경영권 상실과 관련된 논란이 있었다.

◆ 동부제철 구조조정…향후 추진일정은?

이행약정에 따라 채권단은 신규지원 예정자금 가운데 일부를 당장 24일부터 지원할 예정이다. 만성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당진 열연전기로 공장은 정상화계획에 따라 가동이 중단될 전망이다.

동부제철은 유동성 부족으로 전기요금을 체납해 지난 17일 한국전력으로부터 당진공장 단전 통보를 받기도 했다. 이달 20일 한전은 밀린 전기요금 중 일부 납부로 동부제철 당진공장에 대한 전기 공급중단 조치를 연기했다.

앞서 동부제철은 인천공장 및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매물의 매각이 무산되자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7월7일 채권단과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에 돌입했다. 지난 6월30일 동부제철은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고 이로부터 일주일 뒤인 7월7일 자꽁夏敾?개시됐다.

우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오는 2018년 12월31일까지 대출원금의 상환을 유예한다. 금리도 내려 담보채권은 연 3.0%로, 무담보채권의 경우에는 1.0%로 각각 인하한다. 신규 자금지원도 이뤄져 일반대출 5000억원과 수입 상업신용장(L/C) 1억달러 등 총 6000억원에 이르는 유동성이 공급된다. 53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도 단행된다.

채권단이 마련한 경영정상화 방안에서 그동안 동부제철이 가장 반발한 부분은 기존주식에 대한 ‘차등 무상감자안’이다.

채권단은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지분에 대해 100대 1, 기타주주 보유지분은 4대 1 비율로 각각 정하는 무상감자 방침을 전했는데, 이 경우 김 회장이 경영권을 잃게 되면서 동부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채권단은 “금호그룹과 STX그룹에 대한 구조조정 때에도 대주주에 대한 100대 1 차등감자를 실시한 전례가 있다”면서 무상감자안을 밀어붙였다. 이로써 채권단은 원안 그대로 결의된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이행약정마저 이끌어냈다

채권행사 유예기간 만료일은 당초 10월6일에서 11월6일로 1개월 연장됐고, 이날 경영평가와 관리단 역할 등 사후관리에 관한 규정이 포함된 약정이 체결됐다. 여기까지 오는 데 진통이 다소 있었다. 애초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동부제철에 대한 경영정상화 방안 업무협약을 지난 6일 끝낼 계획이었지만, 다음달 6일로 한 달 늦췄다.

자율협약 규약에 따르면 자율협약 개시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업무협약을 맺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협약체결기일을 1개월에 한해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이 단서 규정에 의거 본래 10월6일로 예정된 협약체결일을 11월6일로 한 달 연기했다.

당시 채권단 관계자는 “11월6일까지로 기한을 연장했다는 것이지 그날 체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이달 6일까지 업무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구조조정 작업이 시작되는 게 원칙인 만큼, 가급적 앞으로 한 달 이내에 협약체결을 빨리 마무리 짓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업무협약은 22일자로 체결되기에 이르렀다.
KDB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전경. 사진=KDB산업은행
◆ 채권은행 손실은 없나…김준기 회장 “모든 직 내놓겠다”

올해 6월말 기준 동부제철의 은행권 익스포저(위험노출금액)는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중 절반 이상이 산업은행 대출로 분류되고 있다. 주요 채권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이 1780억원, 신한은행 990억원, 우리은행 400억원가량이다.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 여신액은 각각 100억원 미만이다.

이 때문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동부제철 관련 대손충당금을 400억원 내외씩 적립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은행은 약 100억원으로 예측된다. 상대적으로 국민은행은 동부제철 충당금 이슈에서 3분기 실적이 자유로운 상황이다.

오진원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동부제철 구조조정과 관련한 추가충당금 적립 우려가 최근 은행업종 주가조정의 주요인이기는 하나, 동부제철 이슈에 따른 충당금 적립 발생은 구조적인 충당금 안정기임을 감안하면 단기 변동성 요인이다”고 판단했다.

김 회장은 채권단이 마련한 동부제철 경영정상화계획 이행 약정에 대한 체결 의사를 채권단에 전달하고 동부제철에서 대표이사직을 포함한 모든 직위를 내려놨다.

김 회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동부제철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서를 체결하고, 동부제철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려고 한다”면서 “앞으로 전개될 동부제철의 미래는 이제 여러분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동부제철은 김 회장이 서명한 약정서 최종안을 전날 오후 늦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회장에 대한 예우 등의 처리는 약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동부 측이 약정 체결을 앞두고 김 회장이 동부제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합당한 예우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면서 채권단과 마찰이 생겼다.

산업은행은 이날 “김 회장에 대한 예우 등은 동부제철 경영정상화계획 이행 약정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예우 문제는 향후 추가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동부 측이 산업은행에 김 회장의 예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미 사퇴하기로 결심한 마당에 예우 논의는 무의미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산업은행은 “회사와 대주주, 주채권은행 간에 경영정상화계획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내용이 약정에 담겼다”면서 “회사의 경영목표 및 자구계획, 자금관리단·경영평가위원회·경영진추천위원회 등을 운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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