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강퉁 시행 임박②]韓, 외국자금 이탈 vs 이머징시장 확대

한국 증시 영향은?…한국 증시서 자금 대거 이탈하나
중국 증시 강세, 한국에 호재로 작용할까

''후강퉁, Buy China 중국의 문이 열렸다''

G2로 성장한 중국 주식시장이 이르면 오는 27일 전 세계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개방된다.
 
증권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 본토에서 제2, 제3의 알리바바나 텐센트와 같은 기업이 수없이 새로이 상장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 주식 시장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3년말 기준 시가총액이 중국 경상 GDP 대비 52%(미국 115%·일본 100%·한국 83%) 수준에 불과한 중국 주식시장의 개방은 향후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MSCI ACW 지수 기준)는 하반기 들어 8%에 가까운 조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중국 증시는 하반기에만 15% 급등하면서 선전하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점진적으로 증시개방의 폭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넓힐 예정이다. 이에 따라 후강퉁 시행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대규모 해외자본 이탈할 수도" vs "우리 증시, 경쟁력 있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후강퉁 시행으로 인한 국내 증시 영향에 대해 각기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 투자자금의 이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의견이 있지만 중국 증시의 성장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봤을 때 결코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우선 한국 주식시장에서 당장은 수 년 내에 대규모 해외자본이 유출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있다. 중국 본토 시장이 개방되면 관심이 중국 쪽으로 쏠리는 만큼 같은 이머징마켓 그룹에 속하는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결국, 한국 증시에서 대규모의 자금이 유출돼 중국으로 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비록 실질적인 영향도에서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후강통 개설은 글로벌 자금의 중국증시 유입이라는 측면에서 수급의 우려감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후강퉁 시행이 한국 증시의 수급 측면에서 일시적이고 제한적 손실을 입힐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후강퉁으로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과 해외투자자의 접근성이 향상되면 중국본토 A주가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한국 증시의 수급 우려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올 3월 MSCI는 중국본토 A주를 신흥시장에 편입하는 것을 글로벌 투자자에게 제안한 바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증시 개방도가 높아지면서 내년 정기 리뷰에서 중국본토 A주의 부분 편입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편입이 결정되는 내년 5월 말 한국 증시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네셔널(MSCI)에 따르면 현재 중국본토 A주가 신흥국 벤치마크에 편입될 경우 신흥국 내 중국의 비중은 현재 18.9%에서 27.7%까지 증가하게 된다. 반면 한국의 비중은 15.9%에서 14.2%로 낮아져 중국 본토A주 편입에 따른 가장 큰 피해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 연구원은 "벤치마크 변화를 따라가는 MSCI 추종 신흥국 패시브 자금 규모를 3600억달러(MSCI 추종자금 8조, 신흥국 투자자금 1조2000억원, 이중 패시브 30%로 가정)로 가정하면 비중 변화에 따라 6조원 가량의 외국인 매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6월 5% 부분 편입이 결정될 경우 2016년 5월까지 1년에 걸쳐 6000억 수준의 외국인 매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후강퉁 시행이 중장기적으로 외국자금의 유입을 불러올 수 있는 큰 이슈로 진단했다. 윤 연구원은 "후강퉁에 이어 내년 중국본토 A주가 글로벌 MSCI지수에 편입된다면 한국 주식시장의 매수여력과 관심도는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그동안 저평가 받았던 중국 증시가 재평가되는 만큼 한국 증시 역시 영향을 받아 선진국 증시에 편입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최홍매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 중국 증시로 흘러갈 것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한국에서만 자본이 유출되는 것도 아니므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최 연구원은 "한국도 1992년에 MSCI 가입한 이후 지수 100% 완전 편입까지 6년이 걸렸다"며 "중국이 우리나라처럼 100% 편입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때쯤이면 한국 증시 역시 재평가받아 선진국 증시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중국에 대한 코스피 의존도가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후강퉁 시행이 오히려 우리 증시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길원 한국거래소 시황분석팀 과장은 "최근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힌 것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부각됐기 때문이므로 후강퉁 개장이 근본적으로 중국 경제를 전반적으로 성장시킨다면 긍정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과장은 "중국 증시에 투자가 쏠리면 이머징시장 자체의 파이가 확대할 수 있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다만 이머징 시장에 대한 파이가 커지기 전까지는 유동성 면에서 중국과 한국 사이에 다툼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증권업계 "새로운 수익창출 기회로"…투자자 유치 ''부산'' 
상해종합지수 및 코스피 추이(왼쪽), 중국 본토 주식시장 상장종목 수 및 시가총액 추이.
 
후강퉁 개장에 따른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국내 증권업계도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시아 주요국 증권거래소는 후강통 시행으로 증시 자금이 중국으로 유출될 것을 우려해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지난 8월 밝혔다.

싱가포르 거래소는 홍콩 거래소, 청산은행과 직접 업무처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며, 일본 거래소 역시 도쿄원자재거래소 투자자들이 좀 더 수월하게 접근하기 위한 거래시스템을 개선에 나섰다. 자국 증시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거래소도 후강통 개시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길원 한국거래소 시황분석팀 과장은 "후강퉁 시행은 우리 증시에 양면적인 측면이 있다"며 "긍정적,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거래소는 이러한 경우를 감안해 대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는 일단 후강퉁의 긍정적인 면에 주목해 새로운 수익창출의 기회로 보고 있다. 중국 증시에 직접 투자할 국내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후강퉁 관련 투자 설명회를 개최하고 편람을 발간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중국본토 증시가 열리면 해외 자본이 이탈할 수 있다고 논의됐지만, 이것이 현실화되려면 아직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보다는 후강퉁 투자를 유도하는 서비스 등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강중모 기자 vrdw8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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