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앞둔' 산업은행다이렉트…뱅킹혁신이냐, 시장교란이냐

홍기택 "통합 산은 출범시 다이렉트뱅킹 폐지"
역마진 논란 속 신개념 뱅킹서비스 도입 긍정 평가도

 

홍기택 산업은행지주 회장
"통합 산업은행이 출범하면 다이렉트 예금을 폐지하겠다"

홍기택 산업은행지주 회장이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던진 말이다. 홍 회장은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이 내년 통합 산은 출범 후에도 개인 대상 상품을 유지할 계획인지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미 산은의 다이렉트뱅킹 축소는 예견돼 온 사실인데, 홍 회장이 그 시기를 폐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못박은 셈이다. 상품 출시 후 4년도 채우지 못하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산은 다이렉트뱅킹이 수신금리체계를 망가뜨렸는지, 신개념 뱅킹서비스를 활성화해 금융서비스의 다양성을 높였는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간다.

산은의 다이렉트뱅킹 출시는 지난 2011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5월 취임한 강만수 전 산은 회장은 민영화 추진과정에서 소매금융을 활성화하겠다며 다이렉트뱅킹을 출시했다. 당시 산은 다이렉트뱅킹은 시중은행 대비 0.5%포인트 가량 높은 금리를 제공하며 인기를 끌었다. 수시입출금식인 ''하이어카운트''는 하루만 맡겨도 연 3.5%의 금리를, 다이렉트뱅킹용 상품인 ''하이정기예금''은 연 최고 4.5%의 금리를 제공했다. 서비스 출시 3개월째인 2011년 말 기준 수신고는 7조4500억원, 유치 고객은 15만명에 달할 정도로 금융소비자의 인기를 끌었다.

산은 다이렉트뱅킹을 보는 관점은 첨예하게 갈린다. 비판 진영에서는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에 소홀한 게 아니냐는 논란을 차치하고서도 시중금리 대비 비정상적 수준의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부정적으로 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나친 고금리를 제공한 터라 역마진이 우려된다. 산은 특성상 점포수가 많지 않은데 계좌 개설 후 사후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감사원은 작?초 산은 다이렉트뱅킹에 대해 역마진구조 상품이라는 내용의 산은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국회 정무위에서도 같은 해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에서 시장교란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강구하라고 산은 측에 권고했다.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새로운 뱅킹시스템을 선보였다는 긍정적 평도 많다. 점포 유지비용과 높은 인건비 지출을 당연시해 온 현 은행권의 비용지출구조에 경고음을 울렸다. 은행 지점 방문 비중이 줄고 인터넷 및 모바일뱅킹의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 산은이 시도한 다이렉트뱅킹이 채널운영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을 부각시켰다.

실제 다이렉트뱅킹은 영업점보다는 인터넷, 모바일, 실명확인직원 등이 강조된다. 실명확인 절차는 은행 직원이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고객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자연스레 낮출 수 있고 이렇게 절감된 비용은 가입자에게 고금리로 제공하는 구조다. 특히 점포수가 많지 않은 후발주자로선 다이렉트뱅킹의 메리트가 크다. 일례로 전북은행은 서울 영업을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산은 다이렉트뱅킹을 벤치마킹했다. 일부 저축은행과 지방은행에서도 다이렉트뱅킹 출시를 한 때 검토했거나 이를 고려 중이다.

한편, 다이렉트뱅킹이 단지 ''고금리''만으로 금융소비자를 끌어들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다이렉트뱅킹 가입자들은 오직 금리메리트에 초점을 맞춘 금융소비자가 많다는 점에서 충성도는 낮다"며 "경쟁 금융사와 금리차가 좁혀지는 상황에서 비슷한 서비스로는 성공이 어렵다"고 말했다. 즉, 향후 수익성을 제고를 위해선 대출, 카드, 펀드 등 타 금융상품과 연계한 혜택을 제공한다거나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인터넷 및 모바일뱅킹 시스템 개선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2년 10월엔 KDB생명을 통해 ''다이렉트보험''을, 지난해 4월엔 ''다이렉트신용대출''을 내놓는 등 다이렉트예금을 기반으로 한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시도를 진행한 바 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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