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 모르고 甲질만 하는 거래소…주주들은 '봉'

주주이익은 '뒷전'…자신들 배만 불리면서 배당은 적게
고압적인 구태 버리지 못해…회원사들 "더이상 못참겠다"

한국거래소가 비효율적인 기관 운영으로 인한 손실을 주주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들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주주들의 배당금과 기부금 등을 축소해 충당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인이 누구인지 분간도 못하면서 갑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복리 후생에는 마음껏 선심을 쓰면서도 주주들에 대해서는 쥐꼬리 배당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국거래소의 실질적인 주인은 증권사를 포함한 회원사들이다. 거래소 주주는 증권사 29곳, 선물회사 7곳, 한국증권금융, 금융투자협회, 중소기업진흥공단, 거래소 우리사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증권사가 전체 지분율의 85%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거래소(자기주식) 4.63%, 선물회사 3.1%, 중소기업진흥공단 3.03%, 한국증권금융 2.12%, 금융투자협회 2.05%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 적자 책임 주주들에게 전가…배당금-기부금 ''슬쩍 ''

20일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최근 3년간 거래소 손익계산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88억원으로 전년도 2012년 756억원에서 61.9%나 감소했다. 문제는 영업수익 감소에 따른 것이 아니라 영업비용 증가에 따른 이익 감소라는 점이다.

신 의원은 "영업수익의 감소에도 직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인건비(급여-퇴직금-복리후생비)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직원 수는 올해 6월 현재 783명으로 660명이었던 2011년에 비해 18.6% 증가했다. 또 인건비-퇴직금-복리후생비를 합친 비용 역시 전년 대비 6.0% 오른 934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제공

자신들의 복리 후생에는 선심을 쓰고 있는 것과는 달리 주주들에 대한 배당에는 인색하기 그지없었다.

거래수수료 등에 인한 이익잉여금은 매년 늘어나고 있음에도 2011년에 비해 2013년도 배당금은 60.7% 감소한 319억원, 주당배배당은 60.4% 축소된 1,672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이와 같은 배당금 축소에 대해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영업환경에 도움을 받기는커녕 거래소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항변한다.

◆ "거래소 더이상 못 믿겠다"…회원사들 첫 주주협 구성

"거래소의 주인은 증권사인데 주주들이 잘되는 걸 도와주진 못할망정 의사결정에서 주인들을 제외시켰다. 오죽하면 회원사들이 주주협의회를 만들었겠나"

한국거래소가 경영상 주인이자 주주인 증권사들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잘못은 오히려 증권사에 넘기는 행태를 보이면서 증권사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한국거래소 주주인 36개 증권사와 선물회사 대표들은 한맥투자증권 주문실수 사건을 계기로 ''주주협의회''를 지난 3월 구성했다.

주주협의회 결성은 지난해 한맥투자증권 주문실수 사건 이후 거래소의 소극적인 후속 조치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거래소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57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공동기금을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94조에 따르면 거래소 회원들은 증권시장 또는 파생상품시장에서의 매매거래에 따른 채무의 불이행으로 발생하는 손해를 배상하기 위해 거래소에 손해배상공동기금을 적립해야 한다.

그러나 주주협의회는 회원사들이 모은 손해배상공동기금을 거래소의 잘못으로 일어난 사고에 대한 피해보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또 거래소의 잦은 전산 사고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회원사에 전가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거래소의 주주이자 주인인데 잘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거래소 마음대로 하고 있다"며 "배당은 적게 해주고 주주인 증권사들 이익은 대변하지 않아 주주협의회를 구성하게 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자신들 배만 불리는 거래소…회원사들보다 더 높은 연봉

한국거래소는 회원사인 증권사 직원들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최?증권시장이 침체돼 증권사 직원 2500명이 일자리를 잃고 증권사 직원의 평균 연봉은 6700만원대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거래소 직원의 평균 임금은 1억원이 넘고 과도한 해외 출장 등 방만 운영이 눈에 띈다"고 힐난했다. 신 의원은 이어, "거래소, 예탁결제원, 코스콤은 국고 재원이 아닌 증권사 등 회원사들의 회비로 운영되기에 증시에 따른 탄력적 기관 운영과 고통분담의 자세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지금도 방만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직원 평균 보수액이 많은 공공기관은 한국거래소로 평균 연봉은 1억1243만원이다. 2010년 1억448만원, 2011년 1억925만원, 2012년 1억1358만원을 기록하는 등 거래소는 4년간 억대 연봉을 유지하고 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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