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지주 오늘 합병승인…민영화 '닻'올리다

금융위, 17일 합병인가…이달하순 소수지분매각 공고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주식매매거래 정지
지주, 다음달 1일 은행에 흡수합병…연내완료는 '글쎄'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우리은행
금융위원회가 오늘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 간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민영화를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위는 17일 제18차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의 합병을 인가했다. 앞서 지난 10일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계약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한 바 있다.

이로써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시도됐던 우리은행 민영화가 네 번째 도전에 들어간다.

우리금융그룹 민영화의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는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한 경영권 지분매각 공고는 지난달 30일 이미 진행된 상태다. 소수지분매각 공고는 이달 하순경에 있을 예정이다.

두 입찰 모두 다음달 28일 마감될 계획으로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을 연내에 마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의지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까지만 우리금융이라는 이름으로 거래가 이뤄지며 이후 우리은행으로 바뀐다. 또 지난 2001년 4월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회사로 설립된 우리금융지주는 다음달 1일 우리은행에 흡수합병되면서 1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주식매수 예정가격은 1만2422원으로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매매거래는 정지된다.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FIS, 우리프라이빗에퀴티는 향후 별도의 절차를 거쳐 우리은행 자회사로 편입된다.

우리금융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은 다음달 11일부터 21일까지다. 다만 주식매수청구권 물량이 발행주식수의 15%를 초과할 경우 합병을 취소할 수 있다. 우리금융 주가는 이날 종가로 1만25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세 번이나 실패한 우리은행 민영화를 두고 벌써부터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지난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0년 10월 처음으로 추진됐다. 연이어 2011년과 2012년에도 계속해서 매각공고가 났으나 매번 실패했다.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많았으나 입찰 유효경쟁이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 2010년 7월 우리금융 민영화를 의결하면서 공식 매각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방은행과 우리금융을 분리해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은행과 지주사 간 시너지효과가 낮아 분리매각을 해야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초반에 많은 금융회사들이 우리금융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2010년 11월 입찰참가의향서를 접수한 결과 총 11개가 신청을 했을 정도다.

그러나 유력한 인수후보였던 우리금융 독자민영화 컨소시엄이 막상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민영화작업이 중단됐다. 우리금융 지분 절반인 28.5% 이상을 사겠다는 투자자가 2명 이상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다른 투자자들은 경영권 인수 대신 재무적 투자에 필요한 소수지분 인수만을 신청했다.

1년 뒤인 2011년 5월 전임 진동수 위원장 후임으로 금융위원장에 오른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의 2차 민영화를 추진한다.

이번에는 우리금융을 자회사와 통틀어 일괄매각하고 최저입찰 규모도 1차 때의 ‘4% 지분인수 또는 합병’에서 ‘30% 이상 지분인수 또는 합병’으로 변경했다. 1차 민영화 당시 재무적 투자만 하려는 소수지분 입찰자가 많아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했다.

그러나 2차 민영화 작업은 초반부터 정권개입 논란에 휩싸였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로 알려진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이 우리금융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김석동 위원장은 KDB금융을 민영화 과정에서 배제했다.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할 때 최소 지분 95%를 보유해야 한다는 금융지주사법도 문제가 됐다. 금융위는 법 개정을 통해 최소 지분율을 50%로 낮추자고 국회에 건의했으나, 국회는 금융지주사 인수를 통한 ‘메가 뱅크’ 탄생에 부정적 의견을 보이면서 없던 일이 됐다.

금융위는 금융지주사가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금융 매각을 강행했다. 국내 사모펀드인 티스톤파트너스와 보고펀드 등이 경영권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2011년 8월 시행된 우리금융 예비입찰에 MBK파트너스만 인수의향서를 냈다.

또다시 우리금융 2차 恝된??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다.

김석동 위원장은 임기 말인 2012년 4월 우리금융 3차 민영화를 다시 추진한다. 이명박 정권이 끝나갈 때라는 부담에도 “우리금융 민영화는 현 정권에서 끝내지 않으면 한동안 미뤄질 수밖에 없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금융위는 2차 민영화의 실패요인으로 꼽힌 금융지주사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우리금융이 다른 회사에 합병되는 방식을 결정했다.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던 KB금융그룹을 인수후보로 염두에 둔 선택이기도 했다.

어윤대 당시 KB금융 회장도 “우리금융 매각계획이 나오고 기존 KB금융 주주이익이 극대화된다면 고려하겠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2012년 초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하나금융에 패배한 뒤 ‘리딩 뱅크’의 위상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우리금융을 합병해 자산 규모 800조원대의 초대형은행이 되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KB금융은 2012년 7월25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우리금융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이번에도 ‘메가 뱅크’에 대한 비판이 우리금융 민영화의 발목을 잡았다. 금융노조는 당시 12년 만에 총파업을 벌이면서 우리금융 매각을 격렬하게 반대했다.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현 대통령도 확고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결국 KB금융의 불참으로 우리은행 3차 민영화도 성공하지 못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2월 물러나면서 “금융위원장 시절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우리금융 민영화 실패”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금융을 정부가 소유한 지 10년이 넘었다”며 “빨리 주인을 찾아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지형을 바꿔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올해 들어 네 번째로 시도되는 우리금융 4차 민영화 역시 이전에 실패했던 상황과 분위기가 비슷하게 흐르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 경영권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는 교보생명 한 곳 정도뿐이다. 금융노조도 지난 10일 성명서를 내고 “금융당국은 경영권 매각방식을 중단하고 국민주 매각, 블록딜 세일 등 지분 분할 매각방식으로 우리은행 민영화를 추진하라”고 주장했다.

금융위는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을 합병한 다음 예금보험공사가 갖게 될 통합 우리은행 지분 56.97%를 매각할 계획이다.

경영권 매각과 소수지분매각으로 분리해 경영권 매각은 지분 30%를 일괄매각하며 소수지분매각은 26.97%를 ‘희망수량경쟁입찰’에 따라 0.5~10% 미만 지분을 분산매각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2014년도 금융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앞으로 연내 우리은행 인수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 위원장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추진방안에 따라 경남·광주은행을 1단계 매각하고 우리투자증권 등 증권계열을 2단계로 매각 완료했다”면서 “올 6월에는 우리은행 3단계 민영화 방안을 마련해 매각을 추진 중에 있다”고 보고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해 취임 때 “우리금융 민영화에 ‘직’(職)을 걸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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