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왕 떠난 핌코, 한은 외자운용엔 문제없나

세계적인 채권 투자회사 핌코의 창립자 빌 그로스가 사임하고 미국 채권금리가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운영하는 외화자산 상당부분이 미국 채권에 들어가 있어 한은의 외화운용에도 빨간 불이 들어온 게 아닌지 우려된다.

29일 외신에 따르면 핌코를 창업하고 43년간 이끈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내부 갈등설 속에 사임하고 야누스 캐피털 그룹에 합류한다.

지난 26일(현지시간) 그로스가 전격 사임을 발표한 뒤 핌코의 모회사인 독일 알리안츠의 주가는 뉴욕 증시에서 6% 하락했다. 그로스가 옮기기로 한 야누스의 주가는 그날 하루에만 43% 증가했다.

그로스가 운용한 펀드 자금도 유출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7일 그로스가 직접 운용했던 ‘토털 리턴 ETF(상장지수펀드)’ 36억달러(3조7000억원) 가운데 8억1900만달러(8592억원)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미국 국채 금리도 올랐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일대비 2.6bp 오른 2.530%를 기록했다. 전날 2.506%수준이었던 금리는 그로스 사임 소식에 2.546%까지 오르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8월 말 기준 3675억3000만달러로 원화 기준으로 약 381조원이다.

지난 14일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실에 따르면 한은 외환보유액의 최근 3년간 운용수익률은 2.3% 수준으로 추정된다. 미국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 운용수익률도 하락할 수도 있지만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입장이다.

한은 채권시장 관계자는 "핌코가 세계에서 가장 큰 채권운용사가 맞지만 우리나라 채권에 투자한 경우는 거의 없어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국채 금리가 오른데 빌 그로스의 사임이 그렇게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미국 채권에 투자했다면 손실이 있기야 있겠지만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지만 NH농협증권 연구원 역시  "핌코에서 원화채권비중이 펀드별로 나눠져 있지만 하나만 뗴놓고 봐도 0.66% 정도로 비중이 크지 않아 이탈이 있어도 영향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한국은행의 미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운용 손실 하락에 대해서는 "미 국채 금리의 경우 3%에서 확 올라가지는 各?것이며 한국은행 또한 이를 잘 알고 있어 이미 포지션상 잘 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빌 그로스 사임 이후 채권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어도 미국 채권 금리 상승에 따른 한은 외환 운용에 대한 부분은 답변을 회피했다.

한은 외자운용원 측은 "이에 대해 답변을 제대로 하기가 곤란하다"고 전했다.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