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브레이크가 없다"…방관시 국내 경제 '치명타'

엔화 약세 벌써 만 2년…당국도 바짝 긴장
엔화 약세 지속될 경우 한국 수출 1.14% 감소

(사진=블룸버그, 하나대투증권)
최근 슈퍼달러 영향으로 엔저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올 연말 달러·엔 환율이 110엔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근 달러화 강세 국면이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달러·엔 환율이 109엔 위로 올라서는 등 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내년 연말에는 달러·엔 환율이 130엔에 근접할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엔화에 비해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수출 경쟁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베노믹스로 인해 본격화된 이번 엔화 약세기가 장기화되면서 원·엔
환율이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가 추가로 진행되면 지난 2년과는 달리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8일 블룸버그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외국계 투자기관인 스탠다드차타드는 이달 들어 올해 4분기 달러·엔 환율 전망치를 기존 106엔에서 110엔으로 끌어올렸다.

BNP파리바는 일본의 해외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며 달러·엔 환율을 전면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4분기 환율은 기존 110엔에서 112엔까지 높였고, 향후 6개월, 9개월 전망
치도 115엔, 118엔으로 기존치보다 3엔씩 올렸다.
 
◆ 엔화 약세 벌써 만 2년…당국도 바짝 긴장

추가적인 엔화 약세가 예상되면서 정책 당국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심지어 환율 문제는 좀처럼 언급하지 않는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담회에서 "원·엔 환율의 지속적 하락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엔화 善섟?이미 2년간이나 지속된 가운데 일본이 추가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면 원·엔 환율이 더 하락하게 된다. 이 경우 일본 제품과 경쟁하는 한국산 제품의 수출 경쟁력 저하 등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국회 경제정책포럼 주최 세미나에서도 "일본이 (통화정책에 대해) 추가 완화 조치를 펴면 원·엔 환율 하락 압력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엔화 약세 지속될 경우 한국 수출 1.14% 감소

이번 엔화 약세기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 선출된 2012년 9월을 전후로 본격화됐다.

아베 내각이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시점은 같은 해 12월이지만 양적완화를 축으로 한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그전부터 시장에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전세계 메이저 금융사들은 엔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재정환율)이 향후 1년 안에 800원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영국 ''더 뱅커(The Banker)''지 선정 세계 30대(자기자본기준) 은행 가운데 원·달러와 엔·달러 환율을 9월 중 동시에 전망한 투자은행이나 상업은행 8곳의 내년 3분기 중 원·엔 재정환율 예측치 평균은 100엔당 887원이다.

아시아금융학회와 최근 원·엔 환율 관련 세미나를 연 한국경제연구원은 원화 가치가 엔화에 대해 연평균 5% 추가 절상되면 한국의 수출이 1.14% 줄면서 성장률을 0.27%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분석했다.

당국은 현재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국내에 원·엔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원·엔 환율에 직접적으로 대응할 마땅한 묘안이 없는 상황이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문제의 근본 원인이 일본의 양적완화에 있는 만큼 한국도 기준금리를 인하해 더 돈을 풀고 원·달러 시장에 적극 개입해 엔저 폭만큼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를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화는 국제통화가 아니어서 금리 인하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고 금리 정책을 쓰면 부채 증가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 엔저 심화 기정사실화... 韓경제에 타격 불가피

엔저 심화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오는 10월 양적완화 종료 결정에 이어 정책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통화정책의 정상SWJ 화 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일본은 양적완화를 지속해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가 더 평가절하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엔화의 실질실효 환율이 하락하면서 일본의 교역조건 손실도 최고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철희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빠르게 약세가 진행된다면 실질실효 환율 측면에서 30년 전과는 전혀 다른 엔저 시대에 진입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의 교역조건 손실은 유가 급등기였던 2008년 3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역조건 손실은 4.2%로 22조엔에 달했다.

하지만 2014년 1분기 일본의 교역조건 손실은 이미 4.5%, 24조엔에 이르고 있다

황은미 기자 hemked@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