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동부제철 구조조정, 더이상 조율 없다"

23일 경영정상화 방안 부의…30일 결의예정
10월초 MOU 체결…상환유예 등 6000억 지원
구조조정 원안 추진…전원동의 획득이 관건

KDB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전경. 사진=KDB산업은행
동부제철 채권단이 동부제철에 대한 기업 구조조정 방안과 관련, 동부 측과의 더 이상 의견조율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전날 채권단은 지난 19일 논의된 채권금융기관협의회 협의내용과 동일한 경영정상화 방안 안건을 원안 그대로 부의했다. 이 방안은 이달 말일인 30일 결의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30일 경영정상화 방안이 의결되면 바로 그 다음 달인 10월초 자율협약 업무협약(MOU)이 체결될 예정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제철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오는 2018년 12월31일까지 대출원금의 상환을 유예하기로 했다. 금리도 내려 담보채권은 연 3.0%로, 무담보채권의 경우에는 1.0%로 각각 인하한다.

신규 자금지원도 이뤄져 일반대출 5000억원과 수입 상업신용장(L/C) 1억달러 등 총 6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지원 계획이 담겼다. 53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도 단행된다.

채권단이 마련한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동부제철이 가장 반발한 부분은 기존주식에 대한 무상감자 계획이다.

채권단은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보유지분에 대해 100대 1, 기타주주 보유지분은 4대 1 비율로 각각 정하는 무상감자안을 밝혔는데, 이 경우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잃게 되면서 동부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채권단과 동부 양측은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이어왔으나, 동부 측이 한 치의 물러섬이 없자 채권단이 더 이상의 협의는 없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목적은 기존 경영진 앞으로 경영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신속한 기업 정상화를 도모하는 데 있다”며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대주주에 대한 차등감자를 통해 소액주주의 피해는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구조조정의 기본 원칙인 이해관계자간 손실분담 측면에서 채권단과 달리 신규자금 등 추가 부담을 지지 않는 주주와 관련해서는 무상감자의 방법으로 손실을 분담시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채권단은 금호그룹과 STX그룹에 대한 구조조정 당시 대주주에 대해 100대 1 차등감자를 실행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정상화방안 가결요건으로 채권단 전원의 동의가 필요해 100% 찬성률 획득이 오는 30일 원안 통과의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 동부, “과도한 실사조정”…심사결과에 불만 표출

현재 동부제철은 실사조정이 과도하다며 심사결과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열연공장의 장부가가 1조3500억원임에도 가동 중단을 전제로 청산가치인 3000억원으로 평가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동부제철은 인천공장과 당진냉연공장의 실사가치를 감정가가 아닌 공시지가로 보는 것은 합리성이 낮다고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계열주 및 관계회사 등 대주주 보유지분의 100대 1 차등감자는 가혹한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동부제철은 “부당하고 가혹한 실사결과를 근거로 채권단은 회사의 현 상황을 경영실패로 단정, 과도한 차등감자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실사결과 계속기업 유지의 경우 채권회수율이 97.3%에 달하는 등 여타 구조조정 사례와 비교할 때 부실이 심각하지 않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동부제철은 김준기 회장에게 경영권을 보장하고 경영정상화 기회를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의 부여도 희망하고 있다.

동부제철은 금호 등 사례를 감안해 기존 경영진의 계속 경영 및 향후 정상화 달성 시 기존 대주주의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해달라고 채권단에 정식으로 요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실사결과는 충분한 합리성과 논거를 바탕으로 수행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채권단은 “가동이 중단될 생산시설에 대해 영업가치가 아닌 청산가치로 재평가하는 것은 회계의 일반원칙”이라며 “부동산에 대한 실사 역시 공시지가를 준용·참조하는 게 일반적인 평가방법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정가가 존재할 경우 인정여부는 전적으로 실사기관의 독립적이고 전문가적인 판단의 ??rdquo;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감정가는 금융기관 대출 담보제공용의 경우 보수적으로, 인수합병(M&A) 등 자산매각 목적의 경우에는 보다 공격적으로 평가되는 경향이 각각 있다”며 “목적에 따라 감정결과에 편차가 존재한다”고 해명했다.

이번 인천공장 등의 실사와 관련해 동부제철이 제시한 감정가는 매각을 목적으로 한 분할 회계처리를 위한 감정으로, 구조조정을 위한 담보제공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회수율이 97.3%라는 동부 측 주장에 대해서도 “계속기업 시 채권단 회수율이 97.3%라는 것은 채권단이 상환유예와 금리인하, 신규자금 등 막대한 지원을 통해 계속기업을 유지하고 정상화를 추진해도 차입금의 100% 상환이 불가능하다는 걸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 産銀 “완전자본잠식 회사에 경영권 보장해달라니…터무니없는 요구”

산업은행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동부제철이 김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는 ‘터무니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백번 양보해서 동부제철 주장대로 감정가를 준용해 평가해 봐도 자기자본은 2000억원 정도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현재 자본잠식 규모는 5006억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채권단은 차등감자는 손실분담 및 부실경영 책임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회수율을 근거로 경영실패가 아니라는 주장은 한마디로 넌센스”라며 “채권자 충당 이후 잔여재산에 대한 청구권을 가진 주주의 가치는 전무하다”고 말했다.

대주주 지분 35% 가운데 15.8%가 담보제공 중이고, 특히 김준기 회장 지분 4% 전부는 이미 담보로 잡혀있다. 이 때문에 자본잠식 및 차등감자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계열주가 아닌 담보권자인 금융기관이 입게 된다고 산업은행은 내다보고 있다.

채권단은 동부제철의 요구사항인 경영권 보장과 우선매수청구권 부여 모두 들어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산업은행은 “경영권이란 지분으로부터 파생되는 권리인 바, 기존 주식가치를 고려할 때 완전자본잠식 계열주의 경영권은 사실상 소멸된 것”이라며 “기존 경영진의 수주능력과 기술력이 영업성과를 좌우하는 조선업이나 IT산업과 달리 동부제철이 영위하는 제철업은 장치산업으로서 계열주의 경영 유지가 회사 정상화의 핵심 요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출자전환주식 관리 및 매각준칙’에 의하면 출자전환 주식 매각 시 구사주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하도록 돼 있다. 다만 부실책임의 정도 및 사재출연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의 사후평가를 통해 우선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계열주인 김 회장은 동부제철의 대표이사 겸 회장으로 부실화의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열연공장 신설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또 이번 채권단의 경영정상화 방안에 전혀 참여할 의사가 없음이 확인된 까닭에 현시점에서 계열주 앞으로 우선매수권을 줄 수 없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향후 동부제철의 경영정상화 추진 과정에서 계열주의 추가적인 희생과 노력이 인정될 경우 채권단 협의를 통해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할 것인지를 논의할 여지는 있다”고 밝혔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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