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부지 고가낙찰에 현대차 이사회 배임 논란

현대자동차그룹의 한국전력 서울 삼성동 부지가 10조5500억에 낙찰받으면서, 경제개혁연대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현대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3개사의 이사회 구성원들을 상대로 한 배임 혐의 고발 움직임 이 일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한전 부지 입찰 참여를 위한 3개사의 이사회 회의 의사록을 보고 이사들이 ''백지위임''을 했다면 이사들을 상대로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23일 금융투자업계가 밝혔다.

현차 그룹이 한전 부지를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원대에 낙찰을 받아 주가가 무더기로 하락했다.

이에 연대는 이번 사업으로 해당 계열사에 손실이 발생하면 이는 고스란히 선량한 주주들에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연대는 각 이사회가 적법 절차에 따라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입찰 가격 등을 결정했는지를 확인하고서 추후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사회 구성원들이 입찰에 참여한다는 사실만 공유하고 입찰에 써낼 가격이나 컨소시엄의 지분율 등 중요한 정보에 대해선 경영진에 판단을 위임했다면 배임 혐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각 이사회는 컨소시엄 지분율 등에 대해서도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입찰 참여 가격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사회 구성원들의 백지위임 상태에서 정몽구 회장이 단독 결정으로 낙찰가를 결정했다면 역시 배임 혐의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겸 한성대 교수는 "회사에 손해가 날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하면서 충분한 정보 없이 무조건 인수하라는 결정을 내렸다는 건은 배임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현대차컨소시엄이 한전 부지를 감정가의 3배에 사들인 것은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것이라며 부실한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비난이 잇따랐다.

김형민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감정가의 3배가 넘는 한전 부지 매입가는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연화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차가 환율 문제나 중국 신공장 추진 등 산적한 현안에도 과도한 투자로 역량이 분산해 펀더멘털(기초여건) 훼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이번 고가 낙찰을 놓고 주주들이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주주 대표 소송도 가능하다. 지난 18일 하루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각각 9.17%, 7.80%, 7.89% 하락해 주주들이 손실을 봤다.

그러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려면 주주가 한전부지 고가 낙찰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거나 발생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현 상태에선 손실 여부를 입증하기가 불가능해 소송 제기가 어렵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정도까지 한전 부지에 초고층 신사옥과 자동차 테마파크, 호텔, 컨벤션센터 등을 짓는다는 구상이다.

이번에 입찰에서 떨어져 회사에 손해를 끼칠 위험에 노출되진 않았지만, 한전 부지 매입에 뛰어든 삼성전자의 의사결정 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삼성그룹이 단독 입찰에 참여한다고 밝힌 삼성전자는 한전 부지 입찰 참여 사안을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경영위원회에 판단을 위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소장은 "한전 부지 입찰 건이 삼성전자 이사회 안건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경영진이 이사회 안건에 올렸어야 했다"며 "기업지배구조의 문제의 심각성은 삼성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가람 기자 grl8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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