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TX 부실책임 産銀 징계대상서 강만수 前회장 빠져

수석부행장 포함 전·현직 10여명 제재예상…26일 최종결론
금감원, 지난달 약 20명에 '사전'통보…실제 징계대상자는 절반으로 줄어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사진=세계일보 DB
STX그룹 부실 사태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KDB산업은행에 대한 징계대상에서 강만수 전(前) KDB금융그룹 회장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KB금융 사태에서는 주전산기 교체로 물의를 빚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최종 책임을 물어 이들을 모두 중징계한 금융당국이 이보다 더 중한 부실대출 사안에 대해 강 전 회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STX그룹 부실 사태와 관련해 산업은행에 대한 제재수위가 이번 주 금요일인 26일 열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달 21일 금감원은 STX그룹 여신업무를 담당했던 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 약 20명에게 제재내용을 사전 통보한 바 있다.

당초 사전 통보된 징계명단에는 현직 산업은행 부행장을 비롯해 전·현직 부행장급 임원들이 다수 포함됐다.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 대상자도 있었으나, 오는 26일 제재심의위에서 실제 징계조치로 이어질 제재대상자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10여명에 그칠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들이 사전 통보 이후 1달 간 이뤄진 소명기간 동안 금감원에 충분한 해명을 통해 면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이번 제재심의위에서는 금융당국이 산업은행에 대해 STX에 대한 대출심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책임을 따질 것으로 보이지만, 당시 부실대출의 최종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강만수 전 회장은 징계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관측이다.

대신 STX에 대한 여신을 총괄한 수석부행장을 포함한 해당업무 담당 전·현직 임직원 10여명이 징계대상에 들어가면서 무더기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는다.

금감원은 산업은행이 STX에 대출을 하면서 여신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강 전 회장을 제재명단에서 뺀 이유는 산업은행의 여신책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STX조선해양을 필두로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계열사들에 대한 대출심사를 산업은행은 다른 은행과 달리 신용위원회가 담당한다. 신용위원회는 수석부행장이 위원장을 맡아 총괄한 까닭에 당시 수석부행장에게 최종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것.

문제가 된 수석부행장은 현재 물러난 상태로 지난 2012년부터 올해 1월까지 수석부행장을 지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설사 심사결과를 보고 받았다고 해도 신용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았던 강 전 회장에게 관리·감독 책임을 묻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신용위원장을 맡아 여신심사를 총괄했던 수석부행장은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는 반면, 강 전 회장에 대한 제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행장이었던 강 전 회장에게 여신심사 책임을 물어 징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실무진 선에서 제재조치 안건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KB금융 사태에서 주전산기 교체를 두고 내분을 일으킨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에게 최종 책임을 물어 ‘직무정지 3개월’과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각각 내렸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주전산기 교체보다 사안이 더 중대한 부실대출에 대해 강 전 회장에게 최종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징계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볼멘소리가 금융권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징계수위가 여론 눈치를 너무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산업은행 부실대출 문제가 지난 한 달 동안 불거졌음에도 이 기간 KB금융 사태에 완전히 묻혀 있는 상황을 보면 KB 두 수장에 대한 처벌이 마녀사냥으로 흘렀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금감원은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을 3000억원이 넘는 횡령·배임과 2조원대의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한 점을 감안할 때, 산업은행의 여신심사 과정에 이상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 직원들도 이와 관쳬?확인서를 써준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지난해 8월 STX조선해양과 산업은행 등 8개 채권은행 간에 경영정상화 방안이 포함된 자율협약 업무협약을 체결할 때만해도, 기존 지원금 8500억원 외에 신규로 2조1500억원만 지원하면 STX조선해양이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4개월도 채 안 돼 추가부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있은 STX조선해양에 대한 정밀실사 결과, 선박 저가수주와 선박건조 원가상승, 건조 취소에 따른 손해배상 등 부실로 추가자금이 1조8500억원이나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 5조여원의 자금이 투입돼도 오는 2018년에 이르러서야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게 안진회계법인의 분석이었다.

STX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STX 부실여파로 지난해 13년 만에 1조4000억원 적자를 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차례 검사 결과 산업은행이 STX그룹의 주채권은행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정황이 속속 파악됐다”며 “원칙에 따라 제재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중징계를 포함해 산업은행 임직원을 대규모로 제재한 사례는 지난 2009년 산은에 대한 제재권을 확보한 후 사실상 처음이다. 금감원은 2년마다 한 번씩 산업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하는데 지난해 종합검사를 실시했고 올 들어 추가 검사를 이어왔다.

한편, 금감원은 올해 2월19일 산업은행의 3개 영업점에서 지난 2011년 6월부터 2012년 9월까지 4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5건, 50억원을 취급하면서 구속성 금융상품 5건, 19억원(월수입금액 5억4200만원)을 수취한 사실을 적발해 과태료 3750만원을 부과하고 해당직원을 조치 의뢰한 바 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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