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압박에도 임영록 '묵묵부답'…자진사퇴할까?

금융당국·이사회·노조 사퇴 압박
물러나지 않을 시 이사회 해임안 의결·노조, 임시주총 소집 등 예상
주 전산기 교체 관련 의혹 '뭉게뭉게'…검찰, 대가성 여부 조사 중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입이 굳게 닫혀 있다.

금융당국과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물론이고 한때 임 회장을 만장일치로 추천했던 KB지주 이사회마저도 임 회장에게 자진사퇴를 종용하고 있지만, 아직은 아무런 ‘액션’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끝까지 버티더라도 이사회 해임안 의결, 노조의 임시 주주총회 소집, 금융당국 2차 중징계 등 남은 길이 가시밭길이라 결국 스스로 물러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임영록에 몰려드는 전방위 압박

16일 금융권은 임 회장의 자진사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임 회장은 모든 연락 수단을 차단한 채 홀로 숙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2일 금융위원회는 임 회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가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임 회장이 리더십을 상실했다"며 더 이상 버티지 말고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여러 차례 성명서를 발표하고, 금융당국의 중징계 결정 전부터 출근저지 투쟁을 전개하는 등 거듭해서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KB지주 이사회도 지난 15일 간담회에서 “임 회장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며 사실상 물러날 것을 종용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금융당국은 2차 중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민카드 개인정보 관리와 신용정보 유출 건과 관련해 임 회장에게 또다시 중징계가 선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제재 안건을 오는 10월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이는 빨리 물러나라는 의사를 강하게 표출한 듯 하다"고 추측했다.

금융당국과 이사회, 노조가 합심해서 임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설령 임 회장이 계속해서 버티더라도 사실상 퇴로는 없는 상태다.

KB지주 이사회는 임 회장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 오는 17일 대표이사 해임안을 의결할 것이 유력시된다.

만약 해임안이 부결되더라도 노조가 임 회장 해임을 위한 임시주총 소집을 준비 중이라 임 회장으로서는 첩첩산중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금융위원회의 직무정지 징계에도 불구하고 버티고 있는 임 회장의 해임을 위해 임시 주주총회 소집, 이사해임, 사외이사 추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주제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KB금융그룹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0.75%로 이를 활용해 충분히 임시주총을 소집하고, 임 회장 해임안을 발의할 수 있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임 회장의 사퇴가 지연될수록 직원과 KB금융 전체에 각종 피해가 우려된다”며 "KB금융의 정상화를 위해 직원, 주주, 고객들의 뜻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B 사태'' 4막은 어떻게?

임 회장이 사퇴하거나 해임될 시 ‘KB 사태’ 3막은 막을 내린다. 하지만 여전히 4막이 남아 있다.

임 회장에 대한 약 14억 규모의 스톡그랜트 지급 여부와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관련 대가성 의혹이 그것이다.

우선 자진사퇴하더라도 임 회장이 스톡그랜트를 받기는 사실상 힘들어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도 강정권 전 국민은행장 등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탓에 스톡그랜트를 받지 못했다"며 지급 가능성이 매우 낮음을 지적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김재열 KB지주 전무 등 지주와 은행 임직원 4명을 검찰에 고발했으며, 현재 내부 직원들의 이메일을 입수하는 등 수사가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은 IBM 메인프레임 기반에서 유닉스 시스템으로 국민은행 주 전산기를 교체하도록 의결한 이사회 결정 과정에서 고발된 임직원들이 보고서를 조작하고 또한 그 과정에서 대가가 오고 간 의혹까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검찰이 모종의 대가가 오고간 정황을 확보할 경우 일은 일파만파로 커진다. 관련자들이 수뢰죄로 처벌됨은 물론 유닉스 시스템 입찰에 참여한 SK C&C, HP, 오라클 등에게까지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특히 가뜩이나 경영공백 상태에 처한 KB금융은 아예 벌집을 쑤신 듯 엉망이 될 것을 우려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주 전산기 교체 갈등으로 이미 KB금융은 수백억의 손해를 입었다"며 "대가성 의혹까지 사실로 밝혀지면, KB금융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무엇보다 금융사의 핵심인 ''신뢰''에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염려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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