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사태 결국 검찰수사로…임영록 회장 운명은

임 회장, 금융당국 全방위 압박에 사퇴할까
수사 확대될 수도…임 회장 혐의추가 예상도
업무방해→배임 등 '官피아' 수사로 번지나

지난 12일 금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3개월의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사진=세계일보 DB
금융당국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 핵심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하면서 KB금융 사태가 결국 검찰수사로 이어지게 됐다.

금융당국과 임 회장 간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당국의 전(全)방위 압박에 임 회장이 사퇴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게다가 검찰수사가 금융당국의 고발사항을 넘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검찰은 국민은행 내분을 야기한 주전산기 교체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과 관련해 사건을 이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주전산기 교체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며 임 회장 측을 고발한 이건호 전(前) 국민은행장의 법률대리인을 고발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했다. 또 특수1부는 금융소비자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이 임 회장과 이 전 행장을 고발한 사건도 함께 수사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고소·고발 사건은 조사부나 형사부에 배당된다. 특히 이 경우는 금융 관련 수사에 해당하는 만큼 금융조세조사부가 수사를 맡는 게 자연스럽다.

만약 검찰이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금융조세조사1·2부를 올해 하반기 중으로 서울남부지검으로 이관할 계획이어서 금융조세조사부가 사건을 맡는 것이 시기상 적절하지 않았다면 금융회사가 몰려있는 서울 여의도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에 배당하면 될 일이다.

이 때문에 기본적으로 인지수사를 담당하는 특수1부가 나섰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법조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인지수사란 검찰이 범죄의 단서를 직접 찾아 조사하는 수사를 뜻한다. 蕙撰?검찰수사가 알려진 것처럼 단순히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문제에 한정되지 않고 임 회장을 포함한 KB금융 및 국민은행 임직원들의 비리 수사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전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합동으로 ‘긴급 금융합동점검회의’를 열고 임 회장을 내일 검찰에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금융당국은 임 회장과 핵심 관련자가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과정에서 위법·부당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고발내용이 일단 주전산기 교체에 있어 해당 사건이 관련 수사에 들어간 특수1부에 배정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다. 당국 고발이 실제로 이뤄지면 수사대상과 범위가 대폭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고발사건마저 특수1부가 맡을 경우 수사는 기존의 2건을 포함해 총 3건으로 늘면서 예상 밖의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검찰은 임 회장이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차관보를 거쳐 차관까지 지낸 엘리트 고위공직자 출신인 만큼, 이른바 ‘관(官)피아’ 수사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임 회장이 사퇴한다 하더라도 수사는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 전 행장은 임 회장이 거짓과 허위보고를 하면서까지 IBM이 아닌 유닉스 시스템을 선택한 배경에는 분명히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며 ‘배임과 직무유기’ 의혹을 주장하고 있어 수사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업무방해 혐의가 있는 고발사건을 특수부에 배당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라며 “특수부의 인지수사 기능을 통해 수사가 확대될 수 있으며, 임 회장에게 불거진 관련 의혹 이외에 다른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사건을 조사부나 형사부 혹은 금융사건을 전담하는 금융조세조사부가 아닌 특수부로 배당된 점을 두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법조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고소·고발된 사건을 접수된 순서대로 수사하는 형사부나 금융조세조사부 등의 경우 사건이 많아 수사에 시간이 걸리는 까닭에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데다 자칫 금융시장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KB사태를 신속한 수사로 조기에 종결하려는 수사당국의 의지?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임 회장에 대한 ‘3개월의 직무정지’ 중징계 결정 이후 지주사에 파견한 7명의 금감원 감독관 외에 국민은행 등 전 계열사에도 감독관을 2~3명씩 보내 금융위의 행정처분 조치와 법률 위반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점검·지도 활동을 펴기로 했다.

임 회장은 “이번 결정은 과거 2개월이 넘도록 심도 있게 검토해 ‘주의적 경고’ 경징계를 내린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결정을,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단 2주 만에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로 바꾼 후 다시 금융위에서 한 단계 높인 것으로 결코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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