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회장 자리 연연에 망가져 가는 KB금융

금융당국에 전면전 선포…이번에는 어디로 로비할까?
금융노조, "임 회장이 떠나야 KB 명예 회복된다"

깨끗하게 물러난 이건호 KB국민은행장과 달리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칫 KB금융그룹에 악영향이 갈까 우려되고 있다.

임 회장이 사실상 금융당국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지난번에 감사원을 활용했던 임 회장이 이번에는 어느 쪽으로 로비력을 집중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빨리 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회장은 지난 6일 ‘KB사태 진실과 각오’라는 제목의 장문의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내며 사실상 금융당국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임 회장은 이메일에서 “주 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는 치유 가능한 오류였다. 인사 개입 혐의도 정상적인 인사협의였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또 ”금융당국의 그룹 임직원들을 범죄자 취급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앞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에게 중징계를 선고했는데, 빠르게 사임한 이 행장과 달리 임 회장은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이다. 그 배경을 두고 “억울하다”는 임 회장의 변과 달리 금융권에서는 “권력욕과 금전욕 때문”이라는 시각이 힘을 받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사인 KB지주 회장직은 막강한 권력과 명예가 동반되므로 분명 놓치기 아까울 것”이라며 “그리고 가능한 한 길게 버틸수록 더 많은 돈도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지난해 7월 취임 후 5개월간 총 3억62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한 달만 버텨도 매달 7200만원씩의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행정소송 등으로 1년 이상 회장직을 유지하면, 총 10억에 가까운 보수를 챙길 수 있다.

특히 이번 ‘임 회장 구하기’에는 누가 나설지가 금융권 초미의 관심사다. 임 회장이 한창 금감원의 조사를 받을 즈음 감사원이 금융당국의 임 회장 제재 근거 하나를 무너뜨린 적이 있었는데, 이는 임 회장의 로비 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임 회장은 아직 관과 정치권에 영향력이 상당하다”며 “이미 여러모로 손을 쓰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임 회장이 자리에 연연할수록 KB금융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벌써부터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금융위원회는 최대한 빨리 결정을 내리기 위해 회의 일정을 최대한 앞당길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금융당국에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이상 금융당국으로서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임 회장이 자진사퇴할 때까지 다각도로 KB금융을 압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현재 KB금융이 추진하고 있는 LIG손해보험 인수부터 승인 거부될 위험이 크다. LIG손보 인수가 어그러지면, ‘총자산 400조 금융지주’가 되겠다는 KB금융의 꿈도 물거품이 된다.

또 최고경영자(CEO)가 언제 물러날지 알 수 없는 상태로는 그룹의 경영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이미 지난 몇 달간 KB금융을 상처 낸 경영공백 상태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민은행 직원 A씨는 “이미 올해 상반기 동안 국민은행을 비롯한 여러 계열사들의 영업력이 크게 훼손됐다”며 “경영진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영업력이 계속 약화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금융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임영록 회장으로 인해 KB금융은 끝없이 추락하고 망가졌을 뿐"이라며 “임 회장이 빨리 떠나야 KB의 명예가 회복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임 회장은 대표적인 ‘관치 낙하산’으로 애초에 KB지주 회장 자리에 앉아서는 안될 부적격자였다"며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자격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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