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前 은행장들, 청와대에 '은행 조기통합 중지' 청원

홍세표·허준·김재기 前 행장, “‘2.17 합의’ 정신 지켜야”
외환銀 노조, 임시조합원 총회서 쟁의행위 찬반 투표 예정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정태)가 계열사인 하나은행(행장 김종준)과 외환은행(행장 김한조)의 조기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전 외환은행장들이 이에 반대하는 청원서를 청와대에 접수해 눈길을 끌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세표·허준·김준기 등 전 외환은행장들은 “은행 조기통합 추진을 중지해줄 것”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청와대와 금융위원회 등에 제출했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5년 동안 ‘선의의 경쟁’을 통해 각자 가진 바 잠재역량을 극대화하고, 5년 뒤 통합이 합의 결정됐을 때 양 은행이 운영 중인 경영체계 중 더 나은 시스템을 선택하자는 것이 ‘2.17 노사정 합의서’의 기본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김승유 전 하나지주 회장, 김기철 전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등이 사인한 ‘2.17 노사정 합의서’는 외환은행의 5년 독립경영을 보장하고 있다.

전 외환은행장들은 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경영성과가 부진하다고 하지만 이는 현재 우리나라 산업전반에 걸친 일시적인 현상으로 조기 합병을 강행하는 사유로는 타당한 설득력이 없다”며 “지금 하나은행의 시스템에 맞춰 조기통합을 강행하는 것은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정태 하나지주 회장은 “양행의 통합을 더 미룬다는 것은 경영진으로서 조직에 대한 배임, 직원에 대한 배임, 주주에 대한 배임이다. 현재의 위기를 넘기 위해서는 은행 조기통합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하면서 강한 의지로 두 은행의 조기통합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하나지주 이사회는 물론 양행 이사회도 모두 은행 조기통합 추진을 결의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여러 차례 행내 인트라넷을 통해 “‘2.17 합의서’는 종신고용계약서가 아니다”면서 조기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김종준 하나은행장도 “조기통합을 위해 혼신의 힘을 바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종준 행장은 또 “양행 통합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최소한 내년 3월까지는 은행 조기통합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행장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은 탓에 내년 3월 이후의 연임은 불가능한 상태다.

한편 외환은행 노조는 오는 3일 임시조합원총회를 열어 차후의 쟁의행위 지속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그간 외환은행 본점 부서장과 지점장들의 ‘조기통합 지지 선언’을 내세워 “외환은행 일반 직원들은 조기통합을 찬성하고 있다”고 주장해온 하나지주와 달리 외환은행 노조는 “그 선언은 모두 강요된 것”이라고 반박해 왔기에 이번 투표 결과가 어찌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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