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미래 주 전산기는?

IBM VS 유닉스…IBM 유력
내부갈등으로 날린 수개월…수백억 손실 불가피

KB금융그룹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그동안 중단됐던 KB국민은행의 주 전산기 교체 작업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일단 IBM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시스템 중 IBM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이미 주 전산기 교체시기를 놓친 국민은행은 수백억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1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제재 수위를 ‘주의적경고’ 경징계로 결정했다. 덕분에 두 최고경영자(CEO) 모두 자리를 보전할 수 있게 됐다.

이 행장은 22일 “이사들과 주 전산기 문제부터 해결할 것”이라며 미뤄뒀던 문제에 즉시 착수할 뜻을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24일 국민은행 이사회는 주 전산기를 기존의 IBM 메인프레임 기반에서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결의했다. 그러나 정병기 상임감사위원이 유닉스로의 교체 결정 근거에 오류와 왜곡이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여기에 동의한 이 행장이 금감원에 검사를 신청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졌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내부갈등 문제 때문에 금감원으로부터 모두 중징계 사전통보를 받았으며, 이 때문에 주 전산기 교체 작업도 스톱됐었다.

여전히 유력한 후보는 IBM과 유닉스지만, 이번 금감원의 제재 결정으로 IBM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금감원이 이 행장의 제재 수위를 낮추는 근거로 국민은행 이사회의 결정에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이 행장의 지지를 받는 IBM이 내년 이후에도 국민은행의 주 전산기를 맡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문제는 비용. 내홍을 겪으면서 국민은행이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닉스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한 테스트 비용만도 100억 이상이 소요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주 전산기가 IBM 체재로 유지되면, 이 돈은 허공에 날리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유닉스 전환 사업에 공을 들였던 업체들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유닉스 전환 성능검증(BMT)에 참여했던 협력업체들은 해당 비용을 보상받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국민은행이 패소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설령 유닉스로의 전환이 결정된다고 해도 IBM과의 계약기간이 내년 7월까지밖에 남지 않았기에 국민은행은 역시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통상 주 전산기 교체에는 1~2년의 기간이 걸리는데, 필연적으로 IBM과의 계약기간을 넘기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재계약 없이 계약 만료 후에도 IBM 메인프레임을 계속 사용할 경우 월 사용료가 현재의 26억원에서 89억원으로 3배 이상 껑충 뛰어오른다.

때문에 이 손실을 막기 위해 국민은행은 IBM과 한국IBM을 “독점이윤 추구로 시장폐해를 일으키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상태다.

현재 국민은행 사내이사들과 사외이사들 간 의견이 갈리고 있으며, 그 갈등의 폭도 결코 좁지 않아 주 전산기가 어느 쪽으로 결정되든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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